승진 탈락 후 망상...모친 살해한 공기업 직원 징역 15년 확정

입력
2021.05.11 12:00
"조현병으로 심신상실 상태" 주장에
대법 "심신미약 넘어 상실까진 아냐"

승진 시험에서 두 차례 탈락한 뒤 가족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60대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기업 직원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2)씨에게 징역 15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직장 내 팀장 진급 시험에서 두 차례 연속 낙방하자, 충격을 받고 같은 직장에 다니는 아내와 자신의 부모에 대한 피해망상에 빠지게 됐다. 우울증이 심해진 김씨는 아내와 부모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고, 같은 해 2월 세종시 자택에서 잠자던 60대 모친의 가슴과 배 등을 흉기로 찌르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김씨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야간 근무를 마친 뒤 귀가하는 부친도 살해할 계획도 세웠으나, 부친이 집에 돌아오지 않아 범행에 실패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김씨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합리적 의사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기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의사결정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는 모친을 살해한 범행 흔적을 깨끗이 없애거나 부친을 살해하기 위해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2심 역시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를 넘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보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심신상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양형 역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김씨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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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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