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로 돌아온 잭 스나이더 "좀비는 창작을 자극해"

입력
2021.05.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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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오브 더 데드' 21일 넷플릭스 공개


잭 스나이더(55)는 논쟁적 감독이다. 열혈 지지자가 많은 반면 강성 비판자가 적지 않다. 슬로모션을 활용한 액션 장면과 공들여 찍어낸 화면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영화 ‘새벽의 저주’(2004)와 ‘300’(2008)이 추종자를 낳았다면, ‘써커펀치’(2011)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은 안티 팬을 양산했다. 연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던 그는 최근 ‘저스티스 리그’(2017)를 전면 재편집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로 재평가받고 있다. 21일에는 신작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지난 6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을 상대로 열린 화상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좀비 영화다. 좀비 사냥꾼들이 수천만 달러를 빼내 오기 위해 좀비가 창궐한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로 잠입하는 과정을 그렸다. 스나이더 감독에게 좀비 영화는 특별하다. 광고계에서 일하던 그는 영화 데뷔작인 좀비물 ‘새벽의 저주’로 단번에 할리우드 기대주로 발돋움했다. ‘새벽의 저주’는 이전 영화들과 달리 빠르게 움직이는 좀비를 선보여 화제를 불렀다. 스나이더 감독이 17년 만에 내놓는 좀비 영화 ‘아미 오드 더 데드’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스나이더 감독은 “‘새벽의 저주’를 마무리한 후 다른 사람이 연출하도록 구상했는데 예산 확보가 어려워 제작을 미뤄온 영화”라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 관계자와 만나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정말 좋다는 반응을 보였고, 내가 연출해도 좋다고 해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는 ‘새벽의 저주’보다 더 빠르고 조직화된 좀비들이 등장한다. 스나이더 감독은 신작이 “‘새벽의 저주’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 영화”라고 자평했다. “‘새벽의 저주’가 원본이 있는 영화를 기반(1978년작 동명 영화 리메이크)으로 한 반면,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독창적인 좀비 세계를 만들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아미 오브 더 데드’를 연출하며 영화감독 데뷔 이후 처음으로 촬영감독까지 겸했다. 대형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다. 스나이더 감독은 “광고업계에서 일할 때 촬영을 종종 직접 해 카메라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는 “작업하기 까다로운 카메라 렌즈를 쓰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 경험 있는 내가 하는 게 훨씬 수월하리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스나이더 감독은 “영화와 저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고도 말했다.

카메라를 직접 잡았다가 의도치 않은 ‘카메오’ 출연까지 했다. 촬영을 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영화에 포함됐다. 스나이더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뺄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결정했다”며 “100번쯤 보면 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유명 프로 레슬러에서 배우로 전향한 데이브 바티스타가 주인공 스콧을 연기한다. 스콧은 불화하는 딸 케이트(엘라 퍼넬)를 보호하는 동시에 좀비들의 공세 속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물이다. 스나이더 감독은 산만 한 덩치에 우락부락한 인상을 지닌 바티스타를 “여린 심성을 지닌, 아주 좋아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딸과 관련해 감정적인 장면을 많이 연기해야” 해서 그를 캐스팅했다고도 했다.

스나이더 감독은 당분간 좀비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프리퀄인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둑들’과 애니메이션 ‘아미 오브 더 데드: 로스트 베이거스’ 작업에 이미 들어갔다. “고대 로마든 미래사회든 배경을 달리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좀비물의 특징이에요. 저는 그래서 항상 누가 좀비로 어떤 창작을 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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