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3%포인트 이상 낮추고, 연간 고용도 46만 명 넘게 감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 소비와 고용에 끼친 영향만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위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다음으로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경제와 산업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 폭은 3.7%포인트에 달했다. 1975년 1차 석유위기(-2.6%포인트), 1980년 2차 석유위기(-12.3%포인트), 1998년 IMF 외환위기(-13.1%포인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3.9%포인트) 등 역대 대형 경제위기와 비교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간 소비와 고용은 특히 코로나19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 하락은 -7.41%포인트, 고용 감소는 4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경제위기로 꼽힌 외환위기(-19.7%포인트, 151만2,000명) 다음으로 큰 폭이다. 다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GDP 성장률은 지난해 2월 저점(-2.7%)을 기록한 이후 3분기(-1.1%), 4분기(-1.2%)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는 “국내 제조업 생산과 수출은 지난해 2분기 저점에서 침체 폭이 컸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해 지난 1분기에선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회복했다”면서도 “민간소비와 서비스 생산 등은 여전히 위기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산업별 충격의 편차가 컸다는 점이다. 산업별 성장률 편차를 지수화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 2분기~4분기는 58.7을 기록, 외환위기(31.2) 때보다 2배 가까이 컸다. 이 외에 1차 석유위기(10.1), 2차 석유위기(48.8), 글로벌 금융위기(14.6) 등이었다.
구체적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A)과 지난해 성장률(B) 간의 차이(B-A)를 계산해보면 대면 서비스인 예술·스포츠(-29.5%포인트), 숙박·음식(-18.7%포인트), 운수업(-17.6%포인트)은 큰 침체기를 겪었다. 반면 코로나19 수혜업종인 인터넷 쇼핑(11.7%포인트), 바이오(8.6%포인트), 반도체(4.9%포인트) 업종의 성장률은 큰 폭으로 뛰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충격이 일부 업종과 계층에 편중돼 있는 것”이라며 “경제 정책을 통해 이들 피해의 일부를 보상함으로써 방역에 대한 협조를 확보하고 경제적 충격도 덜어주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