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잎 채소 하루 한 컵 마시면 국내 사망 2위 '심장병' 위험 낮춘다

입력
2021.05.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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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disease)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질환이고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기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심혈관 질환으로 2019년 전 세계에서 1,860만 명이 목숨을 잃어 전체 질환 사망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심혈관 질환으로 3만2,000명(10만 명당 62.4명, 통계청 2018년 기준)이 숨져 암에 이어 사망자 2위에 올랐다.

그런데 질산염이 풍부한 녹색 잎 채소를 매일 한 컵씩(녹색 채소 60㎎) 먹으면 심혈관 질환(허혈성 심장 질환, 뇌경색, 말초동맥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이디스코원대(ECU)와 덴마크암협회,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가 협업한 이번 코호트 연구 결과는 ‘유럽 역학 저널(the European Journal of Epidemi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덴마크 다이어트, 암, 건강 연구(DDCH)’에 참여한 52~60세인 덴마크 주민 5만3,150명을 대상으로 23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녹색 잎 채소에 많이 든 식물성 질산염을 많이 섭취한 상위 20% 그룹은 최저 섭취 그룹보다 수축기(최고) 혈압에서 2.58㎜Hg 낮았고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도 12~26% 떨어졌다.

질산염 섭취량이 많을수록 혈압 하락 폭이 커졌다. 질산염 섭취 상위 20% 그룹은 하루에 평균 141㎎의 질산염을 섭취했다. 이는 매일 녹색 잎 채소 2~2.5컵에 해당한다.

연구를 주도한 ECU 영양연구소 수석 연구원 캐서린 본도노 박사는 “이번 연구는 매일 질산염이 풍부한 생 채소를 한 컵(익힌 채소는 반 컵) 마시는 것만으로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질산염이 풍부한 녹색 잎 채소를 먹는 것으로 가장 크게 줄어든 위험은 다리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 특징인 말초동맥질환(26%)이었고, 심장마비ㆍ뇌졸중ㆍ심부전 등에 걸릴 위험도 낮아졌다.

연구팀은 "질산염이 풍부한 녹색 잎 채소의 최적 섭취량은 하루에 한 컵 정도인데 이보다 많이 먹어도 추가적인 이점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본도노 박사는 “매일 녹색 채소 한 컵만 마시면 심장병 예방 혜택을 얻기 충분하므로 질산염 수치를 높이기 위해 보충제를 따로 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질산염이 풍부하게 함유된 녹색 잎 채소로는 시금치, 상추, 루콜라(피자나 파스타의 토핑으로 많이 씀), 배추, 파슬리 등이다. 질산염 함량이 강한 잎이 없는 채소로는 무, 펜넬(소스ㆍ스튜 등과 생선, 육류의 부향제), 비트 등이 있다.

채소를 꾸준히 먹기 위해서는 바나나 혹은 베리 스무디에 시금치 한 컵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지만, 즙 상태로 먹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본도노 박사는 “채소를 주스로 만들면 과육과 섬유질이 제거된다”고 했다.

채소를 요리하면 채소에 함유된 질산염이 50% 정도 줄어들지만 여전히 심장 건강을 증진시키기에 충분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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