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2인자’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약 15시간에 걸쳐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신원(69) SK네트웍스 회장 사건에 연루된 조 의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전준철)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조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이날 오후 9시 20분까지 이어졌고, 그는 조서 열람을 마치고 8일 0시40분쯤 귀가했다. 조 의장과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역시 비슷한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지만, 조서 열람이 늦어져 같은 날 새벽 2시 50분쯤 돌아갔다.
검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지난 2015년 자본 잠식 상태였던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SKC가 무리하게 700여억 원을 투자하게 된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해당 투자가 상장사인 SKC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SK텔레시스 대표는 최신원 회장이었으며, 조대식 의장과 조경목 대표는 각각 SKC 이사회 의장, SK㈜ 재무팀장이었다.
조 의장 등은 당시 SKC의 유상증자로 SK텔레시스가 흑자로 전환됐다는 점 등을 들어 “그룹 차원의 정상적인 결정”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의 2,000억 원대 횡령ㆍ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의장 등의 연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그는 골프장 사업 추진, 호텔ㆍ빌라 사용료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등 명목으로 계열사 6곳의 회삿돈 2,235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올해 3월 5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 회장의 범행에 SK그룹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수사를 벌여 왔다. SK그룹 본사 및 그룹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 조달 과정 분석에서 지주회사와의 연결고리를 포착했으며, 이러한 결정이 최신원 회장 단독으로 내려지진 않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연루 단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의장 등의 진술을 분석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고, 최태원 회장 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