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가 큰 서울 일부 자치구들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확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대책 기조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지며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재건축 예정 단지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양천구·강남구 등의 이달 3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보다 높아졌다. 영등포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0%에서 0.15%로 오름폭이 늘며 2019년 12월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양천구와 강남구도 전주 대비 각 0.02%포인트, 0.01%포인트씩 상승폭이 커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을 시장이 '재건축 신호탄'으로 해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강북권의 대표 재건축 예정지역인 노원구의 지난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0.21%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노원구가 재건축 예정단지 중 거의 유일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아 '풍선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당장 풍선효과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상계동, 월계동의 재건축 아파트나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오름폭이 커진 건 맞다"고 말했다.
재건축 예정지의 아파트값이 들썩이며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0.09%)도 전주(0.08%)보다 커졌다. 한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아파트 시장이 '2·4 주택공급 대책' 발표 직후(2월 8일 기준)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전체적으로는 공시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수급 상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일부 지역의 상승률이 전체 상승률을 끌어올렸다"고 해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3% 올라 전주 대비 오름폭이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이 가시화된 단지의 이주 수요가 전세시장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서초구는 지난달 말 이주 일정이 확정된 반포주공1단지 인근의 전세 수요가 급증하며 전셋값 상승률이 전주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종로구(-0.02%)와 양천구(-0.04%)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에 이어 마이너스 상승률을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물량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안정되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나 역세권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