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말로 하는 어린이 뉴스는 왜 없나요"

입력
2021.05.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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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 쉐어라이프 좌민기 대표

코로나 대왕의 마수로 초록인간이 창궐하는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 이 영웅은 초록인간을 4명 이하로 흩어지게 하고, 2m 거리를 두게 하는 스킬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필살기인 코로나 백신 에너지파 발사! 코로나 대왕은 악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 쉐어라이프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만든 동화책 '마스크 히어로' 줄거리다.

좌민기(31) 쉐어라이프 대표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이 책을 본 아이들이 '스킬 1, 마스크 쓰기~'를 따라하고 '나도 마스크 히어로가 될래요'라고 얘기한다"며 "무조건 마스크를 쓰라고 하기보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주는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쉐어라이프는 지난해 8월 독립출판물로 펴낸 이 책을 경북 포항의 지역아동센터와 경북발달장애인협회에 무료로 배포했다. '마스크 히어로'를 본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보면서 좌 대표는 특히 쉬운 말로 된 어린이 뉴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어린이들도 자기 생각을 키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왜 모이면 안 되는지가 일상 속의 정치적 어젠다고 뉴스, 시사잖아요."


미성숙한 존재로만 여겨지는 어린이는 미디어에서 줄곧 소외돼왔다. 좌 대표는 "지상파 편성을 살펴보면 어린이 프로그램 비율은 매우 낮고, 이마저도 만화나 예능, 오락 중심"이라며 "정치·사회·문화 등 시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어린이 시사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이 주로 정보를 얻는 인기 유튜브 채널도 마찬가지다. 쉐어라이프가 '쉬운 말 어린이 뉴스' 콘텐츠 제작에 눈 돌린 이유다.

통일법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한동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좌 대표는 학교 후배의 소개로 우연찮게 새터민 멘토링 기회를 갖게 되면서 교육 사업으로 진로를 틀게 됐다. 2018년 쉐어라이프를 세우면서 새터민, 보육원 아동,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 청소년과 지역 대학생들을 연결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2019년부터는 청소년 대상 정치문화콘서트 '디사이드 코리아'를 열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역 내 청소년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자립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좌 대표는 "처음에는 새터민 교육을 한다고 빨갱이라거나 사상교육을 한다는 오해를 받았고, 혹시 정치하려는 거냐는 의심도 받았다"며 "'배워서 남주자, 200% 삶을 살 때 배워서 남 줄 수 있다'는 지도교수 말씀대로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다하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14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쉐어라이프는 재단이 보유한 뉴스 아카이브 '빅카인즈'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어린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4~12세 대상 어린이 뉴스와 어린이가 궁금한 질문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픽토그램 뉴스 등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동화책도 꾸준히 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유튜브 채널 오픈이 목표로, 궁극적으로는 지역에 기반한 뉴미디어 방송국을 여는 게 좌 대표의 구상이다.

지난 4년간 하루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있고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도 "21세기에 꼭 필요한 지역사회 기반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 4년은 더 고생할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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