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에 2%대 물가… 예상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인플레'

입력
2021.05.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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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 2.3% 상승... 기저효과·유가상승 영향
정부 "연간 물가는 2% 안 넘는다" 전망
일각선 "장기화하면 인플레 우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처음 2%대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작년 2분기 소비자물가가 급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전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미 예견된 고물가라고 하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도 당장은 금리를 동결하겠지만 물가 상승세를 제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낮았던 작년 물가 탓 '기저효과' 상당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도 2018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비교적 높은 물가 상승률은 이미 예견된 바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에다 국제유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률이 0.1%에 그쳤는데, 올해 4월 물가는 작년 4월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저효과'가 고스란히 이달 물가 상승률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4월 말 기준 1배럴당 15.06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지난달 말에는 63.58달러로 4배 이상 치솟았다. 이 영향으로 소비 시장에서도 휘발유(13.9%), 경유(15.2%) 등 기름값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2분기 물가가 굉장히 낮았던 기저효과가 있어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국제유가 오름세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물가도 '꿈틀'… 집세, 3년 반 만에 최고 상승률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름값이나 식품 등 생활에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따로 분류한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높은 2.8% 상승률을 보였다.

겨울철 한파,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고병원성 AI) 영향이 이어지며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3.1%, 채소류만 따로 떼면 19.1% 올랐다. 파값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70.0%, 계란값은 36.9% 올랐다. 파의 생육기간, 산란계 병아리가 자라는 기간 때문이다. 다만 3월과 비교해서는 파값이 15.2% 하락하는 등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집세(1.2%)도 2017년 10월(1.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세는 1.6% 올랐는데 2018년 4월(1.7%) 이후 가장 큰 폭, 월세는 2014년 10월(0.7%) 이후 최대인 0.7% 올랐다.


2%대 물가 지속되면 금리도 압박

어쨌든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기대를 불러와 금리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통화정책 변경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하반기 백신 보급 영향으로 내재된 소비심리가 더 살아나면 그동안 정부가 펼쳐왔던 확장 재정정책이 '재정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겠지만 통화량 흡수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 오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향후 물가 동향을 묻는 금통위원의 질문에 "하반기 물가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잠재한 상태"라며 "최근 기대심리 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이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큰 만큼 하반기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물가를 보면 구두(15.1%), 기능성 화장품(9.3%) 등 일부 소비재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이 역시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는 통계청의 설명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연간 물가가 안정목표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일시적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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