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 보니... 코인거래소 해킹 시 이렇게 하면 피해 줄인다

입력
2021.05.03 18:05
가상화폐 관련 민사소송 2건 판례 살펴보니 
승·패소 가른 결정적 요인은 '일일 출금 한도'
투자자가 재량껏 출금 한도 설정할 수 있어
"무작정 올리지 말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 운용"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현실적 자구책은 무엇일까.

3일 가상화폐 투자자 피해와 관련한 법원의 민사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거래소 출금한도를 축소해 놓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현재까지 가상화폐 관련 손해배상 소송으로 알려진 판례는 총 2건이다. 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이용 중이던 거래소가 해킹 공격을 받은 이후 거래소 계정을 해킹당했고 2017년 11월 이더리움 약 4억7,000만 원 상당이 인출되는 피해를 봤다. B씨 역시 이듬해 12월 아이디를 해킹당해 약 4,7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잃게 됐다.

A·B씨 측은 모두 전자금융거래법·거래소 이용 약관 등을 근거로 거래소의 ‘선관주의(善管注意)의무’ 위반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 측 주장 일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인정된 주장은 '피해금이 거래소 일일 출금 한도를 넘었는가’였다.

B씨 사건에서 재판부는 “거래소는 일일 암호화폐 출금한도 조치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거래소 제도의 일환으로 소개했다”며 “실제 일일 암호화폐 출금한도에 대한 제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B씨는 출금한도 2,000만 원 초과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아내 일부 승소했다. 반면 출금한도를 5억 원 이상으로 설정한 A씨는 피해금이 출금한도를 넘지 못해 1심에서 패소했고, 지난해 9월 2심 결과가 나왔지만 기각됐다.

최단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으로는 가상화폐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한다”며 “법원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바로 ‘거래소 출금한도'”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출금 제한 한도는 투자자 보호 장치의 일종으로 일정 금액 이상은 출금을 제한하는 조치다.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기에 거래소 자율 조치 사항이다.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의 약관을 보면, 출금한도는 투자자 개인이 설정할 수 있다. 가상화폐 출금한도는 최소 200만 원에서 무제한까지 다양한데, 투자자는 △이메일 인증 △본인인증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PT) 인증 △서약서 작성 등을 통해 본인 확인 수준을 강화할 경우 원하는 만큼 출금 한도를 높일 수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한도를 무작정 최대로 올리기보단, 평소엔 한도를 낮게 유지하면서 거래가 있을 때는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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