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부담만 가중'... 세금 인상 반대 시위에 백기 든 콜롬비아 대통령

입력
2021.05.03 12:30
납세자 늘리고 면세 줄이는 개편안 철회
'사망자 6명' 반대 시위로 대안 내놓기로
"개편 실패 시 국가 투자등급 강등 가능성"

세수 확충을 위해 세제 개편을 추진하던 콜롬비아 대통령이 들끓는 반발 여론에 뜻을 접었다. 조만간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서민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의회 통과는 미지수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재무부가 발의한 세제개편안 폐기를 의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세제 개혁이 완전히 무산된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안 법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입 손실과 사회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충당하기 위해 (개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서비스 부가가치세 인상안 등은 폐기하되, 법인세는 인상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콜롬비아 정부는 소득세 징수 기준을 낮춰 납세자를 늘리고 일부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없애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가 극심한 반대에 직면했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 부담만 늘리는 개악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반발 움직임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거리 시위로 이어졌고,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격렬했다. 수도 보고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시위로 6명이 숨진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비정부기구 등은 사망자 수가 2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민간인 179명, 경찰 216명이 부상했고 방화ㆍ기물 파손 행위도 빈발해 경제적 손실도 작지 않았다. 결국 두케 대통령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세제 개편은 올해 콜롬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다. 일각에서는 개혁에 실패할 경우 콜롬비아가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국가 투자등급지위까지 강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콜롬비아는 오랜 내전과 열악한 법제에도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채무불이행 없이 경제를 끌고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2011년부터 유지한 ‘투자주의’ 수준의 국가신용 등급이 ‘투자부적격’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여당의 의석 비율이 20%가 채 안 돼 두케 대통령이 제시할 재개편안도 의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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