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호는 2008년 데뷔한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아스달 연대기' '낭만닥터 김사부 2' '빈센조'를 통해 안방극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드라마 쪽으로는 아직 신인"이라며 웃었다. "촬영 현장에 가면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고상호가 바라본 송중기는 '배울 점이 많은 배우'였다.
고상호는 지난달 26일 본지와 만났다.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정인국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아서일까.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고상호는 '빈센조'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늘어놨다. 두 사람은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로 인연을 맺었으며, '빈센조'로 재회했다. 고상호는 "정말 감사하게도 송중기씨가 날 먼저 알아보시고 다가와 주셨다. 송중기씨는 배려에 익숙하다.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을 모두 배려해 주신다. 배려 덕분에 나도 부담 없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의견도 편하게 냈다"고 말했다. "송중기씨는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며 "개인적으로 또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인국과 빈센조(송중기)의 첫 만남은 9회에 이뤄진다. 고상호는 "대략적인 설명만 듣고 '빈센조'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원리원칙을 고집하던 정인국은 빈센조를 배신하며 빌런의 길로 들어선다. 빌런 연기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묻자 "어떻게 하면 더 믿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내가 배신했을 때 시청자분들이 큰 충격을 받으실 듯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상호는 지난달 개인 SNS에 정인국으로 분한 자신의 사진과 함께 "넌 그러면 안 됐어"라는 글을 게재했다. 빌런의 셀프 디스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실망이다" "나쁘다" 등의 악플 아닌 악플이 달렸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고상호는 "내 선제공격이 통한 듯하다"며 웃었다. 이어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양호준 역을 연기했을 때 작품과 관련 없는 게시물에도 악플이 달렸고, 팬분들이 날 변호해 주셨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정인국을 부 캐릭터로 설정하고 함께 욕했다. 그렇게 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고상호가 욕을 먹을 땐 힘들었다. 그런데 캐릭터가 비난받는 건 정말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상호는 '빈센조'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까. 그는 "지인들이 '정인국은 대체 누구 편이냐'고 묻더라. 조연인 내게도 관심을 갖는 걸 보며 작품이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아버지께서 주변 사람들에게 '빈센조'를 홍보하셨다. 언제, 어느 채널에서 내가 나오는지 다 설명하셨다더라"고 이야기했다.
고상호는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의사 역을, '빈센조'에서 검사 역을 맡으며 전문직 캐릭터를 연이어 소화했다. 그는 "매체 연기를 할 때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날카롭게 생긴 편이다. 발성도 안정적이다. 그래서 공직자, 기자 등의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연기력으로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해 보겠다"고도 말했다.
고상호는 뮤지컬과 드라마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조승우 이규형 오만석 등을 롤모델로 꼽았다. 이어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 매체 연기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공연 쪽으로도 끌어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고상호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자신을 아기에 비유했다. "뒤집기에 성공했으니 기어가기에 도전해볼 예정"이라며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열정으로 무장한 고상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