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이 지고 있는 빚이 18조 원 가까이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1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50개 공공기관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을 제외한 347곳의 부채 규모는 544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조9,000억 원 늘었다. 이는 공공기관 부채를 집계해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부채는 132조5,000억 원으로 1년 사이 3조8,000억 원 늘어났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설비 투자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1년 사이 3조1,000억 원 증가한 129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LH 부채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기관 자산(902조4,000억 원)이 41조6,000억 원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52.4%로 1년 사이 5.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LH 등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대상기관 39개의 부채비율은 160.4%로 2020년 목표치(172.2%) 대비 11.8%포인트 낮았다.
전체 공공기관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조5,000억 원 늘었다. 국제유가 하락 덕에 한전, 발전 5사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조4,000억 원, 코로나19로 인한 위생관리 강화로 건강보험 공단 순이익이 5조2,000억 원 증가한 영향이다.
공공기관 몸집은 계속 불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43만6,000명으로 1년 사이 1만5,000명 늘었다.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인력을 증원한 데 더해 공공기관 신규지정, 정규직 전환 등이 더해진 영향이다.
하지만 청년층이 바라는 신규채용 규모는 3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1만 명 감소했다. 신규채용이 마이너스(-)인 것은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우해영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채용 감소에 대해 “자율정원조정제도 운용, 2018~2019년의 정규직 전환 등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에 더해 201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공기관이 주무 부처 협의만으로 증원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 2018, 2019년 신규채용 규모가 빠르게 늘어났었다는 뜻이다.
한편 올해 'LH 사태'를 촉발한 LH의 지난해 직원 평균보수는 7,853만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6,932만 원)을 앞섰다. 기관장 연봉도 LH가 2억4,478만 원으로 평균(1억7,996만 원)을 앞섰으며 이사 등 임원도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