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의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온라인 명예훼손죄’ 처벌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 3항에 대해 A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온라인상 명예훼손죄에 대해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6년 연예인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B씨 팬들에 의해 고발됐고, 이후 법원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정해져 있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가 고발하거나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온라인 명예훼손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 제기를 할 수 있는 ‘친고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익명성ㆍ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의 특성상, 명예훼손 행위가 이뤄지면 (내용의)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표현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재생산된다”며 “불법이 가중되는 사정을 반영해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ㆍ공소제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사과와 피해 회복을 전제로 피해자로부터 ‘처벌 불원’ 의사 표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해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할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며 합헌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친고죄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피해자가 범죄자의 보복이나 사회적 평판을 두려워해 고소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입법자는 공소권 행사 제한에 따른 이익 조화를 종합적으로 형량해 친고죄ㆍ반의사불벌죄 여부를 달리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