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월대 복원하고 세종대왕 상징물 설치된다

입력
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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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공사 계속하되 보완·발전할 것"
이미 수백억 투입된 현실적 상황 감안
서울시의회는 환영… 시민단체는 반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사 계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산 수백억 원이 이미 투입된 데다 서울시의회 반발을 감안해 실리와 명분을 챙기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반대해왔던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오세훈 시장은 27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이미 2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34%의 공정이 진행됐다”며 “유턴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되 현재 안을 보완‧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했지만, 원상복구안은 복구비용까지 최소 400억 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전면 재검토안은 장기간 광장 사용이 어려워 시민들 불편이 커지고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오 시장은 4·7 재·보궐 선거 출마 전이던 지난해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며 공사에 반대했지만,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공사 계속을 결정한 셈이다.

그는 “(이번 결정은) 행정의 연속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철학이 바탕에 있다”며 “문제점은 최소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 시민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헛되이 사용하지 않는 게 서울시장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다만 월대 복원, 육조거리 흔적 되살리기, 광장 주변 활성화 등을 통해 광장의 역사성과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월대를 복원하면 광화문 앞 율곡로를 따라 50m 길이의 유선형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구간이 생기지만, 율곡로 차량 흐름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오 시장은 설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이후 오랜 세월 역사 속에 잠들어 있던 경복궁 앞 월대의 복원은 조선 시대 왕과 백성이 소통하고 화합하던 상징적 공간의 복원으로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세종대왕의 애민 사상이 부각되는 상징물들을 조성해 역사적 의미를 높이고,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과 23전 전승의 역사적 사실을 분수 형태로 담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의 이번 결정으로 공사 중단을 반대해 온 시의회와의 갈등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시의회는 “일관성 있는 사업과 예측 가능한 정책결정을 존중한다”(김인호 시의회 의장), “시민 혼란을 줄이고 시정 일관성과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린 결정”(최선 시의회 대변인)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김성달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필요한지 다시 진단해주길 바랐는데 이미 벌어진 일이니 수습하는 차원에서 그대로 가자는 것은 개혁 의지가 전혀 안 보이는 결정”이라며 “누가 불필요한 예산을 들여 시민에게 고통을 주는 사업을 진행했는지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의 구상을 구현하려면 설계 변경이 필요해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완공이 1∼2개월 늦어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나무를 겨울에 심을 경우 활착에 지장이 있어 내년 봄까지 완공을 미룰 수도 있다”며 “큰 틀의 설계안 방향을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하고, 완공 시기도 그때 좀 더 정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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