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신임 대법관 후보자가 사법부 내 법관 연구모임에 대해 “금기시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정 연구 모임 가입을 ‘이념적 잣대’로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어떤 단체나 모임 출신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편향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도 밝혔다.
천 후보자는 27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같은 특정 성향 연구단체가 세력화ㆍ정치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천 후보자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천 후보자는 먼저 “법관은 개인적인 사회 경험에 제약과 한계가 있는 까닭에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과 시대정신, 전문지식에 쉽게 뒤처질 가능성이 많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재판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실력을 함양하기 위한 취지의 모임이라면, 법관 고유의 역할인 재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금기시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편향성 논란과 관련해선 “법관이 법관 연구모임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념적 잣대로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특정 연구회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법원의 공적 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천 후보자는 “법관의 이면적 객관성과 중립성 못지않게, 표면적 객관성과 중립성도 사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하면서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모임의 구성과 운영에 거듭 주의하고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천 후보자는 또, 전국 각급 법원 판사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둘러싼 일부 부정적 시각에도 거리를 뒀다. ‘소수의 진보 성향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해 중요 사항을 결정한다’는 보수 세력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법관대표회의는 종전에 문제가 됐던 사법 관료화 해소 및 개별 법관과 재판 독립 진작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라며 “제도 취지에 수긍할 점이 많음은 물론, 진행 경과를 보더라도 그 취지에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일부 법관들이 서울중앙지법에 6년 연속 유임돼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선 ‘일반론’을 전제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천 후보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사건 재판을 위해 재판부를 유임시키는 건 재판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러한 인사가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별 사정을 모르는 만큼, 해당 법관들의 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진 것인지는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