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마사만 개설할 수 있는 안마시술소를 불법 개설한 뒤 취업 비자가 없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임금을 체불한 마사지업소 운영자가 1,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안마사들은 "불법 영업을 포함해 적용된 죄명만 4가지인데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반발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신헌석)는 의료법 위반,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5)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26일 밝혔다.
비시각장애인인 A씨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서울 동대문구에서 불법으로 마사지업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자격증 소지자만 마사지업소를 개설할 수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불법 행위는 업소 운영 과정에도 발생했다. A씨는 취업 비자가 없는 불법체류자 태국인 여성 B씨를 고용했고, 2년 동안 일한 직원 C씨의 월급 일부와 퇴직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출입국관리법,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혐의까지 적용됐다.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이 모든 혐의를 인정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자 A씨 측은 항소하며 "시각장애인만 안마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조항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에 위반한다"고 항변했다. 또 1심에서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법 관련 조항은 시각장애인에게 삶의 보람을 얻게 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시키려는 데에 목적이 있어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라며 "안마사 직역을 비시각장애인에게 허용할 경우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판시했다. A씨는 항소심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안마업계는 A씨에 대한 1, 2심 판결 모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입장이다. 의료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판결은 처벌 상한에 훨씬 못 미쳐 불법 업소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류명구 대한안마사협회 정책실장은 "안마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마사지업소를 운영해도 많아야 수백만 원 수준의 벌금형을 받고 있다"며 "불법 행위를 근절하려면 관계당국에서 단속과 처벌을 함께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