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마이웨이'… 이·팔 갈등 폭발 조짐

입력
2021.04.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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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하마스 상대 대규모 무력공세
이란 유조선 무인기 공격의 배후로도 꼽혀
'2국가 해법' 지지한 바이든 美 행정부 곤혹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폭발할 조짐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겨냥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안 그래도 잦았던 양측간 충돌에 기름을 끼얹었다. 두 나라를 동등한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2국가 해법’ 회귀 선언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이스라엘의 ‘마이웨이’ 행보가 재확인되면서 미국의 중동 구상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스라엘군(IDF)은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의 군사 시설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가자지구에서 로켓포 36발이 날아와 대응 차원에서 전투기와 헬기를 출격, 목표물을 타격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이번 공격은 지난해 8월 카타르 중재에 따라 양측이 교전 중단을 합의한 후 가장 큰 무력 공세다. 미 NBC뉴스는 “이ㆍ팔간 긴장이 수개월 만에 국경을 넘는 최악의 폭력사태로 번졌다”고 전했다. 정확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사실 양측은 교전 중단 합의 뒤에도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경도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초 팔레스타인 지원을 재개하고, 양국을 각각 별도 국가로 인정하는 2국가 해법 지지 의사를 내비치면서 이스라엘 특유의 ‘우리 식대로’ 경향은 한층 짙어졌다.

일주일 전인 16일에도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포 여러 발이 요르단강 서안 접경도시 스데롯에 떨어지자 이스라엘은 이튿날 곧장 전투기를 출격시켜 하마스 무기 생산 공장과 무기고 등을 폭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든 시나리오에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2일에는 예루살렘에서 라마단 저녁모임에 가려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경찰이 막아서면서 2015년 이후 가장 격렬한 폭력 시위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돌과 유리병을 던지며 저항하자 이스라엘 경찰도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서는 등 충돌이 격화, 100여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최근 더욱 강경해진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은 바이든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날 이란 유조선이 시리아 서부 해안에서 무인기(드론) 추정물체의 공격을 받아 최소 3명이 숨졌는데, 10일 이란 나탄즈 핵시설 사이버 공격에 이어 이스라엘 소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은 2019년 말부터 시리아로 향하는 유조선 최소 12척을 공격했고, 이중 대부분은 이란산 원유를 싣고 있었다”며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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