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축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협력 대상인 아프리카 지역에서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변화 피해가 예상돼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사업이 몇 년 후면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일대일로 핵심인 국외 기반시설(인프라) 구축 사업이 기후변화 영향에 민감한 국가들에서 상당수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중국 투자를 추적하는 미국 컨설턴트사 RWR자문그룹 소속 코트니 헐스는 “최소 수백개의 중국 투자사업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국가에 있다”며 “이중 상당수가 해안가”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사업자에게 중대한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건설을 계획한 항만 시설이 쓸모 없게 되고, 피해 주민의 이주 압박 등 정치ㆍ사회적 불안까지 야기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대표 사례가 아프리카 니제르 다목적댐과 모잠비크 현수교 건설 사업이다. 이들 국가는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 주변인 ‘사헬’에 속하는데,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사이클론 피해가 급증한 모잠비크는 기후변화 탓에 2019년 국내총생산(GDP)의 12% 이상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도 “아프리카 북부와 사헬지역은 기후변화의 완전한 영향을 느끼고 있다”(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 일대일로를 상징하는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 항구 개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과다르 항구는 중국의 인도양 접근성을 대폭 높일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받았지만, 기후변화로 항구 역할이 무의해질 수도 있다. 미 비영리뉴스단체 ‘기후중심’은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약속한 2060년이 되면 과다르 해안은 물에 잠길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장기적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 대응은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앞서 2015년 일대일로 관련 정부 문서에 기후변화 문제가 거론됐고 ‘녹색 일대일로’는 용어도 등장했지만, 대응 논리는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시아 리 미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 연구원은 “중국이든 아니든 새로운 시설에 투자할 때 물리적 기후 요소를 고려한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기후위험성을 심층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