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ㆍ한국의 양도소득세 격) 세율을 두 배 가까이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이른바 ‘부자 증세’를 구체화하는 셈인데, 이번 증세로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세 번째 부양안인 ‘미국 가족 계획’ 소요 예산을 충당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증세가 물거품이 된다면 부양안조차 좌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20%에서 39.6%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 ‘오바마케어’ 기금 조성을 위한 3.8%의 부가세와 각 주(州)가 정하는 자본이득세까지 적용한다면 캘리포니아주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자본이득에 부과되는 세율은 최고 56.7%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번 증세로 마련되는 재원은 보육 등이 포함된 1조 달러 규모의 3차 부양안인 ‘미국 가족 계획’ 등 사회적 지출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은 유아 교육에 투자하고 다음 세대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원 조달 방안을 제안해야 하고 부유한 미국인들과 기업들이 그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연간 40만 달러 미만 수입을 올리는 미국인에 대해서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이번 증세가 부유층을 겨냥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조2,2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인 ‘미국 일자리 계획’ 재원 조성을 위해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 세율을 28%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감세(최고 세율 35%→21%)를 폐지하겠다는 대선 공약과 맞물린 증세다. 이와 더불어 연간 소득 40만 달러 이상 개인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을 현행 37%에서 감세 전 수준인 39.6%로 올리겠다고 제시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부유층의 상속세 인상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세율로 복귀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본이득세 인상 계획이 온전히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밀 것으로 보이는 증세안에 대해 “투자를 줄이고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원 은행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팻 투미 의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제 개혁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세안의 의회 통과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