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로 50일 가까이 ‘검찰 수장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29일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화하게 됐다. 더 이상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둘 순 없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다만 애초 ‘자타공인 1순위’였지만 이제는 피고인 신분을 목전에 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전문수사자문단ㆍ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과 공교롭게도 시점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천위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지난달 15~22일 국민 천거를 받은 후보들 중에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후보자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추천위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등 당연직 위원 5명과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등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꾸려져 있다.
추천위는 회의에서 심사 대상자의 후보 적격 여부를 판단한 뒤, 3명 이상의 후보자를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이들 중 한 명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그 이후 대통령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차기 검찰총장이 최종 확정된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전례를 생각하면 추천위 회의 당일 곧바로 3, 4명의 후보군이 추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가운데 현직 인사들은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24기) 대검 차장검사 등이다. 전직 인사들로는 봉욱(19기) 전 대검 차장과 김오수(20기) 전 법무부 차관, 이금로(20기) 전 수원고검장, 양부남(22기) 전 부산고검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법조계의 눈과 귀는 이성윤 지검장에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로 현 정부 들어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 등 요직을 줄줄이 꿰찬 그는 얼마 전만 해도 차기 검찰총장 레이스에서 ‘넘버 1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면서 검찰 내 신망을 잃은 데다, 2년 전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의혹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까지 처하며 ‘몸값 하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이성윤 총장 가능성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결론을 예단하긴 힘들다. 고검장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이 지검장이 자문단ㆍ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실제 개최 결정이 내려져도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한 만큼, 추천위 입장에선 ‘피고인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게 됐다”며 “다만 검찰 반발이나 여론 역풍의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지검장을 둘러싼 (청와대ㆍ법무부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