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플로이드 죽음에 정의는 실현됐지만…美 사회 갈등 해소 갈 길 멀었다

입력
2021.04.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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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정의 향한 큰 진전" 평가
상원 계류 플로이드법 통과에 전력전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됐던 미국 내 인종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플로이드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당시 백인 경찰관의 살인 혐의가 사건 발생 후 약 11개월 만인 20일(현지시간) 유죄로 평결되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대한 변화의 순간”이라고 이번 재판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흑인들의 억울한 죽음 속 인종 차별 논란은 여전하고, 숙원 과제인 경찰 개혁은 더딘 걸음이라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다.

‘9분 29초’ 플로이드 목 눌렀던 경관 유죄

이번 사안은 지난해 5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가 위조지폐범으로 오인돼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경찰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9분 29초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목숨을 잃었다. 관련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전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졌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사건을 관할한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은 이날 쇼빈의 혐의 3가지를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쇼빈의 유죄 여부는 12명으로 꾸려진 배심원단이 결정했다. 배심원단은 백인 6명, 흑인 4명, 복합인종 2명이었다. 이들은 만장일치로 쇼빈의 2급 살인(계획하지 않은 살인), 3급 살인(위험한 행동으로 누군가의 사망을 촉발), 2급 과실치사 혐의 3가지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평결에 이어 구체적인 형량을 정하는 판사의 선고는 2개월 뒤 진행된다. 2급 살인 최대 형량은 40년이다.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온 쇼빈은 평결 후 수갑을 찬 채 구치소에 수감됐다.

“바이든, 경찰개혁 포기” 비판 잇따라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결 후 기자회견에서 “그 사건은 전세계가 (미국의) 제도적인 인종 차별을 목도하게 했다”며 ‘미국정신의 오점’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이번 평결은) 정의를 향한 큰 진전”이라고 했고, 의회에 경찰개혁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특히 흑인 남성은 미국 역사를 통틀어 낮은 대우를 받았다”며 “우리는 플로이드의 유산을 존중해야 하고 상원은 ‘플로이드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 사회 현실은 플로이드 죽음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과잉 진압을 제어하기 위해 경찰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플로이드법’은 상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3개월 동안 경찰개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은 없었고, 경찰감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약도 포기했다”며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구제 법안처럼 우선순위에 올라 있지도 않다”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의 총을 7발이나 맞은 지난해 8월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 20대 흑인 남성이 비무장 상태에서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대신 총을 쏜 백인 여성 경찰관 때문에 숨진 11일 사건 등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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