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연극, 국악 등 공연 콘텐츠에서 우리말을 영어 자막으로 옮기는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과 달리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표현되는 공연 장르 특성상 자막 제작은 제한적이었고, 주로 외국어 공연을 우리말로 바꾸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공연 콘텐츠의 해외 수출 사례가 늘어나는 등 세계화 조짐이 보이면서 외국인 관객을 위한 배려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21일 공연계에 따르면 뮤지컬 '팬텀'(서울 샤롯데씨어터)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지난 1일 공연부터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마다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시니엄(액자형) 무대 양 옆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가로 2m 세로 1.2m) 화면에 상황에 맞는 대사가 송출되는 방식이다.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처음 시도하는 서비스라 내국인 관객이 관람하는데 불편할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작 현장 불만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오히려 제대로 듣지 못했던 노래 가사를 자막으로 다시 이해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가 영어 자막을 만드는 이유는 관객 수요층이 외국인까지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공연계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난해 기준 220만명으로, 10년 만에 10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연 관람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국내 공연 절대 다수가 한국어로만 진행되다보니 작품을 이해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극계는 보다 일찍이 외국인 관객 개발에 나섰다. 국립극단은 2014년부터 주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연극의 영어 자막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서울 명동예술극장)의 경우 목요일엔 중국어 자막을, 일요일엔 영어 자막 서비스가 제공된다. 외국어 자막은 대체로 영어 번역이 많지만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원작이 중국에서 온 만큼, 중국어로도 번역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10년 전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창작희곡 대본의 영문 번역 사업에 앞장서 왔다.
외국인을 겨냥한 콘텐츠는 국악계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국립극장은 지난 1월부터 공식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전통예술 온라인 강의 '레츠 국악(Let’s Gugak)'을 업로드해왔다. 2013년부터 국립극장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상대로 개최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외국인 국악아카데미'를 영상화한 것이다. 사물장구와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영어 자막으로 제공되면서 외국인의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