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왜 FM 99.9㎒ 새 사업자 공모를 안 내는 겁니까?"
21일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 코미디언 최양락 특유의 목소리가 이날도 어김없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황금주파수인 99.9㎒가 경기방송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으로 지난해 3월 30일을 기해 정파(停波)된 지 1년여.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경기방송 노동자들은 작년 6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방통위를 향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만난 장주영(40)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은 "방통위가 신규 사업자 선정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한 지 1년 넘게 (사업자 공모 절차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면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새 사업자 공모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1997년 개국 이래 경기 지역 유일의 지상파 민영 라디오 방송사였던 경기방송이 스스로 99.9㎒의 송출을 중단한 것은 국내 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이보다 앞선 2019년 12월 방통위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건을 내걸고 경기방송에 재허가를 내준 데 대해 사측이 '자진 폐국'으로 답한 것. 새로운 사업자가 나설 때까지 방송을 유지해줄 것을 방통위가 '요청'하고, 직원들은 무임금으로라도 일하겠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사업자가 폐국신고서를 내더라도 방통위가 이를 수리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채 운영되는 국내 모든 민영 방송사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경기방송만 해도 경영의 불투명성 문제는 10년간 곪은 문제인데, 방통위는 재허가 취소가 아닌 조건부 재허가를 내줬죠." 장 지부장은 "당시 방통위가 경영진 이야기와 서류만으로 재허가 심사를 하지 않고, 원칙대로 재허가를 취소했다면 관련 법에 따라 경기방송은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지금쯤 안정적인 새로운 사업자를 찾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안일한 관리 감독 탓에 99.9㎒를 되살리겠다는 노동자들의 외로운 분투는 1년 넘게 이어져왔다. 초반 마음을 모았던 PD·기자·기술직 23명 가운데 이젠 14명이 남아 싸우고 있다. 배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투쟁은 멈출 수 없다는 각오다. 장 지부장은 "일부 방송사주들이 '말 안 들으면 경기방송처럼 폐업하는 수가 있다'고 우리 사례를 언급한다더라"며 "모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끝까지 남아서 바른 방송사로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방통위가 오는 6월 내로만 신규 사업자 공모 계획을 내면 올해 연말에는 방송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방통위는 공모 계획 수립을 위한 정책 방안을 여전히 검토하는 단계다. 올해로 12년 차 PD이기도 한 장 지부장은 올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경기도민만 1,390만 명이에요. 중앙 방송에서 내려주는 뉴스가 아닌 지역의 어젠다를 끌어올려 중앙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방송사가 절실하죠. 건실한 새 사업자와 만나 저도 빨리 현장에서 도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