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외 차입금 의존도가 80%대에 달하면서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건 1979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부채 규모는 18조6,449억 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 원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자산은 17조5,040억 원으로 전년(18조6,618억 원)보다 1조1,578억 원 감소했다.
2006년 3조5,000억 원대였던 석유공사 부채는 2011년 20조 원을 넘어섰다. 2017∼18년엔 17조 원대에 머문 이후 2019년엔 18조1,00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결국 자산 규모를 넘어섰다.
석유공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83%에 달했다. 이자를 부담해야 할 부채는 14조6,685억 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4,000억 원이 넘는다.
석유공사가 부채의 늪에 빠진 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확장한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에 4조8,000억 원이 투입됐고,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연계 사업에는 1조 원가량이 들어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외 석유 매장량 확보를 위해 해외 석유개발기업 인수·합병(M&A)과 자산인수를 확대하면서 이를 위한 외부차입이 증가해 2008년 이후 이자 부담 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42.29달러로, 전년(63.53달러) 대비 33% 하락하면서, 석유공사가 과거 배럴당 80∼100달러대에 샀던 해외유전 등의 자산가치도 급감했다.
석유공사는 해외 자회사 매각을 비롯해 내부 비용절감 등 개선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석유공사의 ‘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공사 부채는 2024년에도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석유공사는 올해 초,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 지주회사(OIG) 지분 50%를 전량 매각했다.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등 비우량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과 울산 본사 사옥 재매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2017년 유동성 부족으로 코람코에 2,200억 원에 울산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매년 85억2,700만 원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높은 임대료를 주고 빌려 쓰기보다 재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