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노조 실패' 쓴맛 본 美 노동계 균열

입력
2021.04.20 05:30
13면
"홍보 부족하고 섣불렀다" 노동계 내 비판
"사측 방해·낡은 노동법 문제" 반발 제기도 
'미 노동운동 역사적 사건' 파급 효과도 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끝내 무산되자 미국 노동계가 분열하고 있다. 실패 원인을 미흡한 노조 전략에서 찾는 비판에 곧바로 ‘부당한 책임 전가’란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아마존 노조 설립 문제가 미 노동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르다는 의미여서 당분간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노조 조직 전문가의 날카로운 전술 비판으로 내부 감정이 격해졌다”며 아마존 노조 설립 실패 이후 균열을 드러내고 있는 미 노동계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앨라배마주(州) 베서머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진행된 소매ㆍ도매ㆍ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투표 결과, 반대표가 찬성보다 두 배나 많이 나와 아마존 노조 결성은 좌절됐다.

논쟁은 베테랑 노조 조직가인 제인 맥알레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RWDSU 측 전략을 공개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맥알레비는 노조가 투표를 무리하게 강행하고 홍보도 부족했다고 저격했다. 단적으로 “과반 지지 획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투표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청원서나 포스터 등 아마존 노동자들의 연대감을 자극할 내부 동인을 확보하는 데 힘쓰지 않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같은 외부 세력의 조력에만 기댄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발언 파장은 예상 외로 컸다. 즉각 RWDSU를 중심으로 사측의 방해나 불합리한 노동법을 뒤로 하고 노조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스튜어트 애플바움 RWDSU 위원장은 “아마존을 한 번의 선거로 바꿀 수는 없다”며 “이런 비판에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노조 설립은 장기 과제라는 얘기다.

어느 쪽 말이 옳은지를 떠나 단위 노조 설립 이슈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것은 이번 사건이 미국 ‘민간 노조’의 방향성을 엿볼 가늠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민간 부문 노조 결성률은 6.3%에 그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에서 고용을 두 번째로 많이 하는 기업인 아마존에 노조가 생기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노동법 개정을 추진 중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정책까지 맞물려 더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당장 아마존에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동자 조직을 방해하는 기업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대중에게 노조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아마존 사측은 직원들에게 반(反)노조 회의 참석을 종용하는 등 방해 공작을 한 사실이 밝혀져 거센 비난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 미국 노동운동의 불씨가 살아나면 이번 아마존의 싸움이 그 전환점으로 인정받을지 모른다”고 긍정 평가했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