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연 가신 지가 언젠데... 전국 곳곳 지뢰지대에 '고통'

입력
2021.04.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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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포연이 가신 지 60년이 훨씬 지났지만, 전방 지역은 물론 전국 곳곳이 지뢰로 고통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감, 지뢰 때문에 공원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지자체들의 갑갑함이 섞였다.

20일 전남 나주에서는 금성산 매설 지뢰지대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휴전선에서 직선으로 300km 이상 떨어진 후방 지역에서 열린 행사치고는 이례적이다. 나주민관공동위원회 산하 금성산위원회와 녹색연합·(사)평화나눔회 3대 사회단체 회원 20여 명은 이날 “금성산을 포함 전국 36곳의 지뢰지대를 안전하게 국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해발 451m의 금성산은 나주 도심과 맞닿아 있다.

이날 기자회견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군 당국의 행정이 있다. 18년 전부터 군이 지뢰 제거 작전을 펼쳤다고 하지만, 마무리가 안 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960년대 방공부대가 주둔하면서 적 침투에 대비해 총 1,853개가 매설됐다. 이후 2003년부터 군은 224억 원을 들여 2015년까지 1,771개를 수거했지만 비탈에 매설된 지뢰가 폭우로 쓸려가면서 제거 작업은 종결이 안 되고 있다. 현재 74개의 지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나주시는 나주 진산인 금성산을 시민공원으로 조성,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남은 지뢰 때문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저 멋진 산을 지척에 두고도 편안하게 봄나들이 한번 할 수 없다”는 나주 시민 김옥수(62)씨는 “작년처럼 비가 많이 오면 매설된 지뢰가 이동할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표시했고, 나양맹(58)씨는 "편안하게 금성산 한번 걸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금성산에서 산불이 나면서 폭발이 곳곳에서 있었다.

특히 금성산은 동쪽으로 무등산, 남쪽으로 월출산과 마주하고 있고, 정상은 후백제의 견훤과 왕건이 접전을 벌였다는 사적지 금성산지가 있어 개발 여지가 크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후방 지뢰지대는 금성산을 포함 36곳에 이른다. 서울의 우면산, 부산 장산·중리산, 대구 최정산, 인천 문학산, 울산 무룡산 등 곳곳에 있다. 이들은 "국방부는 지뢰제거작전 계획과 경과·방법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는 국무총리실 등 범부처 차원의 지뢰전담기구를 설립해 지뢰 문제를 즉시 해결해 국민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나주에서 촉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지뢰지대 해체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나주=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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