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과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양국 협력이 비중 있게 논의됐다.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5G뿐 아니라 6G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도 양국이 45억 달러(약 5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하기로 했고, 반도체 공급망 및 생명공학, 인공지능(AI), 양자 과학 등 차세대 기술 연구도 협력하기로 했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5G 및 차세대 6G까지 염두에 둔 통신 분야 연구·개발에 미국 25억 달러, 일본 20억 달러를 각각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 공동성명에는 “5G의 안전성 및 개방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에 의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합의했다”고 명기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암시했다. 신문은 “미국에는 화웨이에 필적할 기지국 장비 제조업체는 없다”며 “일본의 NEC와 후지쓰 등이 화웨이를 대신할 존재로서 기대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미일은 첨단 기술의 기반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이나 공급 확보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 “양국의 안전과 번영에 필수적인 중요한 기술을 육성·보호하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민감한 공급망도 연계한다”고 포함됐다. 반도체 분야는 대만 TSMC나 한국의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선두지만, 중국과 거리가 가깝고 생산 거점이 지정학적 위험이 있는 지역에 집중돼 있어 미국은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논의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아직 일본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능력이 대만이나 한국에 비해 낮고, 정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실패해 온 역사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다만 첨단분야의 중국 견제와 관련, 미국과 일본의 온도차도 눈에 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과 경제적인 분리까지 불사한다는 미국과 달리 일본에 중국은 최대 무역상대국”이라며 “일본은 부품이나 전자제품 조립 등 중국에 의존하는 분야도 많다”고 우려했다.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간부는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탈 중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도 “일본 경제는 중국과 관계가 강해 정말로 대결하려 한다면 우선 미국 경제와 관계를 더 강화해야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