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해야 하는 까닭은?

입력
2021.04.17 12:35

자궁경부암은 질과 자궁이 만나는 자궁 목 주위를 말하는 자궁 경부에 생긴 암이다. 여성암 중 8위를 기록할 만큼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대부분 발생한다. 그러나 HPV는 감염됐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정기검진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궁경부암 백신을 제때 접종하면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접종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은정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자궁경부암은 어떤 암인가.

“자궁 경부는 질과 자궁이 만나는 자궁 목 주위를 말한다. 자궁경부암은 정상 세포가 HPV에 감염돼 변형하기 시작해 이형 세포가 되고, 수년이나 10여 년에 걸쳐 상피세포 내 신생물에서 완전한 암세포로 전환돼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뭔가.

“거의 모든 자궁경부암은 생식기와 항문 주변에 서식하는 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는 대부분 성관계나 성 접촉으로 감염된다. HPV에 감염됐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고 감염이나 일시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주기적인 자궁 경부 세포진 검사가 필요하다. 일부에서 일시적으로 상피세포 내 신생물을 발생시켰다가 저절로 퇴화해 정상 세포가 되는 경우도 있다.

HPV에 감염된 극히 소수에서만 감염이 지속되고 장기화함으로써 HPV가 본격적인 상피세포 내 신생물(자궁경부암)로 발달한다. 자궁경부암의 발생 인자는 HPV이외에도 섹스를 통한 요인들(정액, 정자, 트리코모나스나 클라미디아 등의 성병균)이 알려져 있지만,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하는 원인 중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쉽게 말해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군의 HPV 형태를 예방하는 주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HPV 백신은 크게 2가(16형, 18형 예방), 4가(6형, 11형, 16형, 18형 예방), 9가(6형, 11형, 16형, 18형,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예방)로 나눌 수 있다. 모두 백신에 포함돼 있는 HPV 유전형에 예방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성경험 전에 접종을 끝냈다면 자궁 경부 상피 내 종양 등 전암 병변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다. 하지만 HPV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기존의 HPV 감염과 그 바이러스에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남성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남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HPV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암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HPV 16형과 18형은 항문암의 90%와 구강암ㆍ인두암ㆍ음경암의 상당 부분을 일으킨다. 6형과 11형은 성기사마귀의 원인 중 90%를 차지한다. 한편 유럽연합의 모델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과 20대의 성인 여성이 단독으로 백신을 접종했을 때보다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했을 때 HPV 유병률이 현저히 줄었고, 남성의 HPV 감염이 감소하면 여성의 HPV 관련 질환도 감소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나이에 따라 효과가 다른가.

“HPV 예방접종의 최적의 시간은 HPV에 노출되기 전, 성경험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는 다음 연령대의 모든 여성과 남성에게 HPV에 대한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정규 예방접종은 11∼12세에 권장되며, 9세부터 투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 12세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13~26세에는 정규 예방접종을 시행하지 않았거나 접종 횟수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연령에 따라 2~3회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27세 이상 성인에서는 권장 나이에 적절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HPV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예방접종으로 다른 HPV 유형에 대해 보호 받을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가와 9가 백신은 45세, 2가 백신은 55세까지 접종 가능 연령을 확대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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