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개월 만에 검사 13명 임명과 함께 수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반부패 대응’ 역량 검증의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호 사건’ 수사 착수가 가능해진 만큼, 공수처로선 그간 제기된 각종 논란을 본업인 수사 활동을 통해 한꺼번에 불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다만 수사력에 대한 의문의 시선, 사건 이첩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 등 공수처가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공수처는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열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검사들에게 “공수처는 태동기에 있어 인적ㆍ물적 기반 등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주어진 권한 내에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ㆍ‘호랑이 같은 눈빛을 띠고 소처럼 나아간다’는 뜻)'의 자세로 직무에 매진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눈에 띄는 수사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당장 검사 정원(23명, 처장ㆍ차장 제외)의 절반가량만 채운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제대로 수사하고 싶어도 인력 부족으로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은 4명(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에 그쳤고, 이 중에서 권력형 비리 수사에 잔뼈가 굵은 ‘특수통 출신’은 한 명도 없다.
게다가 일부 평검사의 ‘이력’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검찰 출신인 김숙정(41ㆍ변호사시험 1기) 검사는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고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민주당 인사들의 변호인단에도 참여했다. 향후 사건 처리와 관련해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인 이승규(39ㆍ사법연수원 37기) 검사는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의 아들로 알려졌다. 이 전 재판관 재임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도 각각 선임연구관과 파견 법관으로 함께 헌재에서 근무했다.
검찰과 대립하고 있는 ‘사건 이첩’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검이 지난 14일 공수처에 보낸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착수 이후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관련, 김진욱 처장은 이날 “납득하기 힘들다”며 반박했다. 두 기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 사건 이첩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한 뒤, 아직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