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6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정전사고가 일어난 대만 타이난(台南) TSMC 14공장에선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가 생산된다. TSMC는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타이난 과학단지 내 송전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정전이 발생해 14공장이 멈춰섰다고 밝혔다. 공장은 6시간 만에 가동됐지만,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잠깐이라도 멈추면 작업 중인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 트렌드포스는 이번 정전에 따른 피해를 1,000만 달러(약 111억 원)~2,500만 달러(약 278억 원)로 예상했다. 이는 TSMC의 연 매출 0.1%를 밑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생산에 타격을 입은 제품이 차량용 반도체란 데 있다. 특히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두뇌 역할'을 한다. MCU가 없으면 차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트렌드포스는 "타격을 입은 생산 라인은 현재 극심한 부족 현상을 겪는 차량용 반도체가 생산되는 라인"이라며 "타격을 받은 라인으로 인해 스마트폰과 자동차 완성품이 생산 차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MCU가 크게 부족하면서 현대차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반도체·자동차 기업을 불러 모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상황 점검에 나설 만큼 심각하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미국 텍사스주의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1·2위 기업인 엔엑스피(NXP)와 인피니언의 생산공장도 멈춰선 바 있다. 또 지난달 19일엔 3위 기업인 일본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일부 장비가 손상되기도 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 산업군에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1분기 기업실적 설명회에서 "TSMC의 자동차업계 고객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3분기가 되면 대폭 개선될 것"이라면서 "다만 완전한 해결까지는 내후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TSMC는 올해 반도체 투자액을 지난 1월 제시한 280억 달러(약 31조 원)에서 300억 달러(약 33조 원)로 상향하면서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