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주가 폭락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금지된 공매도가 다음 달 3일부터 부분 재개된다. 정부는 증시가 안정된 만큼,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로 주식시장이 또 불안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5일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 유관기관 및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을 점검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팔고 실제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6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후 2차례 금지 기간을 추가로 연장했다. 다음 달 3일부터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구성종목에 한해 재개된다. 나머지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사실 공매도는 주식시장 거품을 제거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차익을 낼 수 있는 공매도가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관 등 큰손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하기에 더 유리한 시장 구조도 문제로 삼고 있다. 미리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하는 불법(무차입) 공매도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금융위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그동안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지난 6일부턴 불법 공매도 시 주문금액만큼 과징금을 물거나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도입됐다.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했던 종전보다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개인이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국내 증권사 11곳이 참여하는 주식대여 서비스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은 이런 개선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제도 개선 초점이 처벌 강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외국인 등 큰손 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공매도 제도 자체의 근본적 문제점을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아 불법 공매도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정부 대책으로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파는 공매도는 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하락장 시 이익을 노리는 큰손들의 공매도가 쏟아져 나온다면 주식시장은 동학개미의 눈물바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불법 공매도만 근절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바로잡을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에 꼭 좋은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계획대로 풀겠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는 정상화로 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도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외국인 복귀는 좋은 신호이지만 이게 공매도가 되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 어느 쪽으로 작용할지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