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표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이제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단은 14일 충북 진촌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필승 각오를 다졌다.
이날 신치용 선수촌장은 “금메달 7개와 종합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대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 8위에 올랐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해 목표를 조금 낮췄다. 장인화 선수단장은 “이번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가장 여건이 좋지 않은 대회”라며 “지난 5년간의 노력이 후회나 아쉬움으로 남지 않도록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21개 종목 177명이 출전권을 확보했다. 최종적으로 27종목에서 220명의 선수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궁, 태권도, 펜싱 등 효자 종목들은 건재하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신흥 효자종목으로 자기매김한 펜싱은 남녀 14명의 출전권을 확보, 금메달 2개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정환은 “런던 이후 한국 펜싱의 위상이 높아졌다. 예전이라면 금메달 2개라는 목표가 부담스러웠겠지만, 이제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구본길도 “런던 때처럼 모든 선수들이 메달을 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수영은 매 대회 신기록을 쓰고 있는 황선우의 약진이 눈부시다. 황선우는 “수영은 올림픽 메달 성적을 내기 힘든 종목인데, 일단 결승전까지 가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체조는 ‘도마의 신’ 양학선 등이 출전한다. 양학선은 “결혼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와이프 얼굴을 10~15번 정도 밖에 못 봤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했다. 런던 때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결과를 와이프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저 뿐만 아니라 체조에 기대주가 많아 금이 아니더라도 추가적인 메달이 더 나올 거 같다”고 전망했다.
탁구는 9년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2004년생인 신유빈은 지난 2월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한국 탁구 사상 최연소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신유빈은 “멀리만 느껴졌던 꿈이 100일 앞으로 다가와 많이 긴장된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승리의 기쁨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을 조금이라도 잊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가 한참인 가운데 진행된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된 것은 물론 종목별 국제대회도 번번이 취소되면서 선수들의 훈련에도 차질이 있었다. 양학선은 “지난해 한번 대회를 한 뒤 지금까지 대회가 없다.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니 선수촌 분위기도 많이 조용하다.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오늘 미디어데이를 하니 100일 남았구나 실감된다”고 했다. 펜싱의 경우 월드컵에 나갔던 남자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구본길은 “코로나19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동료가 확진을 받으니 몸에 와 닿았다. 많이 아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올림픽 취소 여론에 대해선 “그래도 저희 입장에서는 (올림픽에) 인생이 걸린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운동선수라면 모두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을 것”이라고 답했다.
선수들의 백신 접종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정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래 4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다. 백신 종류나 접종 시기가 곧 정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촌장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으면 일정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최대한 화이자나 얀센을 맞으려고 노력하는데 얀센도 다른 문제가 나오고 있다. 어려운 문제다. 어떤 종목이 어느 시점에 맞으면 좋을지에 대한 조사는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이 후쿠시마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올림픽 기간 국내 식자재를 공수해 선수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