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식료품 배달 산업의 급성장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1년이 조금 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15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이 산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두둑한 투자 '실탄'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식료품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전 세계적으로 약 140억 달러(15조7,000억 원)가 투자됐다고 전했다. 데이터분석 기관인 피치북에 따르면 특히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보다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연간 투자금의 배에 달한다. 한 벤처캐피털 전문가는 "신생기업(스타트업)에 들어가는 자본의 양이 전례없이 큰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표 주자로 미국의 인스타카트, 독일 고릴라스, 영국 딜리버루 등이 있다.
팬데믹 상황은 배달앱 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스페인 식료품 배달앱인 글로보 공동창업자 오스카 피에르는 "폐쇄된 생활을 하는 소비자들의 배달 수요 급증은 투자자와 다른 소매업자 모두에게 온라인 배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특히 식당 음식 배달보다 이제는 신선 식품을 제때 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급증한다고 강조했다. 식료품 배달 사업이 더 각광받는 이유다. 고릴라스 창업자인 카간 수메르는 "(식료품 배달의) 주문 가격이 일반적으로 20~40% 높다"며 업체 수익면에서 음식 배달보다 낫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테크나비오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 시장이 지난해부터 2024년 사이 6,310억 달러(710조 원)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FT는 투자자들을 인용해 "지난달 영국 딜리버루의 부진한 기업공개(IPO) 성과에도 투자자들은 이 앱의 반전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IPO 제도의 단점 등 외부 요인 탓에 런던 증시 입성 첫날 딜리버루 주가가 30% 폭락한 것이지 사업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양적 팽창이 무한할 수는 없다. 식료품 배달앱 시장도 급성장 후 소수 기업만 남은 소셜커머스 시장과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스타카트 등의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 관계자는 "가장 젊은 기업들 중 많은 수가 '잔인한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며 많은 주자들의 시장 퇴출을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