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는 13일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국내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조치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가 보다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탈핵시민행동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일본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항의 서한 전달 등 반대 활동을 해왔지만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외교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IAEA 사무총장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우호적 입장이라 사실상 감시가 불가능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청년기후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을 규탄했다.
전날에는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를 비롯한 24개국 311개 시민단체가 방사성 오염수 방류 문제를 관장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에 해양 생태계 파괴와 인체 악영향에 대한 염려를 담은 방류 반대 서한을 전달했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은 "바다는 계속 순환하기에 오염수 방출은 사실상 모든 생명에 대한 테러"라며 "반인류적 결정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은 방사성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 '처리수' 형태로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ALPS로도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임 팀장은 "물로 희석해도 결국 방사선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며 "장기보관으로 반감기를 거쳐 농도를 낮추거나 그나마 안전하게 고체화시켜 처분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이 가장 값싸다는 이유로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절차를 감안하면 일본이 2년 뒤 오염수를 방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가 방출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당장 수산물에 대한 불안심리로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외교부가 논평이나 입장을 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2년 안에 (일본 정부의)결정을 뒤집을 강력한 카드를 제시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법 측면에서 일본 정부 결정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지적도 많다. 장마리 그린피스 활동가는 "인접국과의 협의 없이 내린 오염수 무단 방류 결정은 한국 일본 중국이 모두 비준한 국제해양법 위반"이라며 "국제해양법은 인접국 환경 피해를 조장하는 행동을 취하기 앞서 통보와 협의는 물론이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돼있는데 일본은 이런 중요한 사전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신속히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 긴급구제를 요청해 양국 중재 절차 권고를 받고,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결정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