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부를 축적한 사람에게 부유세를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국에서 법인세율 상향과 부유세 부과 등 ‘코로나 증세’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국제기구 수장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다. 감염병 확산으로 세계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커진 만큼 세금 부과로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당시 이익을 얻은 사람들에게 부유세나 연대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교육, 사회 보호와 보건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심화한 불평등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1억2,000만명이 빈곤에 내몰리고, 2억5,500만명은 일자리를 잃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반면, 세계 최고 부유층 재산은 5조달러(5,625조원) 늘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공평한 (코로나19) 대응과 감염병으로부터의 회복은 다자주의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며 “세계적 연대의 부재로 일부 국가는 자국민의 코로나19 구제를 위해 수조달러를 동원한 반면 많은 개발도상국은 극복할 수 없는 부채 부담에 직면해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중저소득 국가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2022년까지 채무상환을 유예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AP통신은 “구테흐스의 주장은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대표가 지난해 순자산 8조달러가 넘는 억만장자 2,000여명에 도움을 호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슬리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UN총회에서 2021년을 “UN 창립 75년래 맞이하는 최악의 인류 위기”라고 진단하며 “현재 상태에 근거해 볼 때 2021년은 문자 그대로 ‘비극적(catastrophic)’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백신 쏠림 현상도 비판했다. 10개국이 세계 백신 접종량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아직 백산 예방접종을 시작하지도 못한 국가가 다수라는 지적이다. 그는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과 사재기에 따른 비용을 9조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국가 간 백신 격차는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