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반지·팔찌 사는 2030 남성…백화점 "우리 새 고객들"

입력
2021.04.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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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명품은 구두·넥타이"는 옛말
파우치 등 액세서리 구매 적극적
인기 브랜드 유치해 남성 고객 확보전

MZ(‘밀레니얼+Z세대’로, 1980년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소비 나이대가 젊어지면서 백화점들 사이에서 남성이 '귀한 손님'이 되고 있다. 나를 꾸미는 경향이 강한 이들은 예전처럼 구두나 넥타이 등으로 품목을 한정하지 않고 팔찌와 반지까지 다양한 명품을 소비하고 있다. 이에 구매력이 있는 여성 소비자 의존도가 높았던 백화점들은 남성을 겨냥한 전문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1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3월 명품을 구매한 남성 고객 매출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한 비중은 43.2%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명품 편집숍인 '탑스'의 2030세대 남성 고객 매출은 전년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남성 소비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명확해지고 나를 위해 돈을 쓰는 '플렉스'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명품시장이 20, 30대 남성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남성 명품 소비자의 특징은 액세서리 구매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패션에 어울리는 아이템들로 구매 품목이 다양해진 것인데, 보테가 베네타와 톰 브라운, 알렉산더 맥퀸의 팔찌, 메종 마르지엘라의 반지·목걸이를 비롯해 구찌 지갑 및 소형 파우치 등이 주요 상품에 포함된다.

이에 유통업계는 남성에게 인기 있는 명품으로 구성한 매장을 열거나 남성 전용 프리미엄 브랜드관을 유치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백화점의 핵심 고객이 아니었던 남성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구리점과 중동점에 남성 잡화 편집숍 브랜드 '스말트'를 운영 중이다. 스말트 개장 전보다 해당 점포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올랐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스말트는 이달 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과 롯데백화점 수원점 등에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압구정본점 4층을 남성 명품 전문관 '맨즈 럭셔리관'으로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 루이비통 남성 단독 매장 '루이비통 맨즈'를 개장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명품관에도 불가리와 프라다 남성 전용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지난해 남성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여성 명품 매출 신장률(9%)의 2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같은 아이템을 남성과 여성 브랜드에서 동시에 선보일 정도로 패션업계에서 성별의 경계를 없앤 젠더리스(Genderless)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남성도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개성 있는 명품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찾고 있어 이 같은 소비 패턴을 반영해 매장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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