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6ㆍ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정규리그 8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렸다. 김하성은 “홈런을 쳐서 좋고 팀이 이겨서 더욱 기분이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하성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와 원정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 2-3으로 뒤진 5회초 선두 타자로 나가 동점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1볼 1스트라이크에서 텍사스 선발 조던 라일스의 커브(시속 127㎞)를 퍼 올려 왼쪽 폴 상단을 맞힌 대형 홈런이었다.
타구 궤적을 지켜보던 김하성은 홈런임을 확인한 뒤 그라운드를 돌았다. 홈을 밟은 뒤에는 대기 타석에 있던 1번 타자 트렌트 그리셤과 팔꿈치를 부딪치며 첫 홈런을 자축했다. 8경기 19타수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홈런 트래커에 따르면 김하성의 홈런 비거리는 118.2m, 타구 속도는 시속 164.9㎞로 각각 측정됐다.
김하성은 이날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사구 1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타율은 0.167에서 0.200으로 상승했다. 그의 활약과 함께 샌디에이고는 7-4로 역전승을 거두고 6승 3패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경기 후 미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친 순간에는 파울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날아갔을 땐 페어가 되겠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첫 홈런에 샌디에이고 구단도 트위터를 통해 홈런 동영상과 함께 한글로 '김하성 화이팅', 영어로는 '김하성의 첫 홈런'이라고 알리며 축하했다.
에릭 호스머, 매니 마차도 등 샌디에이고 동료들은 기뻐하면서도 막상 김하성이 더그아웃에 들어왔을 땐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침묵 세리머니’를 했다. 김하성이 혼자서 더그아웃을 다 돌고 나서야 동료들은 빅리그 첫 홈런을 일제히 축하했다.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던 마차도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하성은 “침묵 세리머니는 한국에서도 많이 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동료들이 다시 내 곁으로 와 축하해줄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변화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좋은 타구를 만들어 기분이 좋다”면서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향후 게임이 더 중요하다. 타석에 계속 들어가면서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왼쪽 어깨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하성에게 기회가 주어진 상태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는 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다.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전날 팀 동료인 조 머스그로브가 샌디에이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데 대해서도 소감을 말했다. 김하성은 당시 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 정확하게 송구해 마지막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김하성은 “내가 마지막 아웃을 잡아 대기록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기뻤다”라고 말했다.
안타를 못 치거나 실책했을 때 한국보다 훨씬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병호 이정후 강정호 등 옛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가족은 물론 선ㆍ후배들과도 자주 통화한다. 또 샌디에이고에서 연수 중인 염경엽 전 감독님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다. 내게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