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1년 내내 ‘거리 두기’가 강요되고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지난해 미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이 소개한 미 국립보건통계센터(NCHS)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 해 미국 내에서 일어난 극단적 선택의 건수가 전년보다 6% 가까이 감소했다. 4만5,000명 미만으로 떨어진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는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AP는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파리다 아마드는 사망자 수가 특히 코로나 유행 초기인 작년 봄에 급격히 줄었다고 의사협회저널에 말했다.
이는 재난의 역설이다. 미 ‘극단적 선택 예방 재단’의 수석 의료 담당관 크리스틴 무티어 박사는 재난 초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초기에 함께 연대하고 지지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형성되고 이때 형성된 유대감이 극단적 선택을 잠시나마 방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 때문에 좋아진 원격 의료 접근성과 정신건강 검진 등 한층 강화한 예방 노력도 사망자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었을 거라고 무티어 박사는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AP는 아직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물ㆍ주류 소비가 늘었고 총도 많이 팔렸다. 지난해 3월의 경우 권총 판매가 85%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대유행의 파장은 코로나가 지나간 뒤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무티어 박사는 “정신 고통은 점진적으로 진화한다”고 경고했다. 또 코로나 전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온 청소년ㆍ청년의 극단적 선택 역시 상존하는 악재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루이스 애플바이 교수는 극단적 선택이 감소한 몇 나라의 사례만 갖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지역별 코로나 영향은 균일하지 않다”고 했다.
분석이 끝나지 않은 통계라는 한계도 있다. CDC의 공식 자료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주(州)나 연령, 인종, 민족에 따른 특성도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