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폭력은 전염병"... 바이든 총기규제 발표하는 날에도 5명 사망

입력
2021.04.09 08:08
전직 NFL 선수가 자신 치료하던 의사 가족 살해
바이든 "총기폭력은 전염병 · 국가적 망신"
수정헌법 침해하지 않는다며 의회에  입법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발표하기 직전에도 총격사건은 계속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벌어진 총격피해를 언급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록힐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필립 애덤스로,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희생자들은 애덤스를 치료하던 의사 로버트 레슬리와 그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취임 후 첫 번째 총기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총격사건은 대통령의 발표 직전에 일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총기폭력은 전염병이자 국제적 망신”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오늘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의사 가족 5명이 숨졌다”며 총기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른바 유령총이라고 불리는 ‘고스트건(ghost gun)’부터 규제하기로 했다. 고스트건은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서 만드는 총으로, 일련번호도 없고 총기로 분류되지도 않아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조립도 쉬워 범죄에 자주 사용됐다.

또한 총격사건에 자주 사용되는 무기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격용 무기와 고용량 탄창의 개인 소지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권총을 소총 수준으로 개조하는 안정화 보조장치도 총기규제법에 따른 등록 대상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안정화 보조장치는 지난달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에서도 사용됐다.

행정적인 조치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총기 거래에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법무부에 지시하고, 총기폭력 고위험군에서 총기를 압수하는 적기법(Red Flag Law)’ 채택을 쉽게 만드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총기제조사의 면책 책임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자유로운 총기 소지를 명시한 수정헌법 2조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의회가 조속히 총기규제법을 통과할 것을 촉구했다.

박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