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을 지지하고 나섰다. 최근 탈세와 노조설립 문제로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율이 올라도 회사가 감당해야 할 손해가 크지 않은데다, 인상된 세금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아마존의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는 얘기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인프라 투자는 과거부터 민주ㆍ공화당 모두 동의했던 내용”이라며 “재원 마련 방법인 법인세 인상에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패키지’는 도로, 교량 등 낡은 사회간접 시설을 개선하고, 돌봄 서비스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재원은 법인세를 인상(21→28%)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화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바이든 대통령에겐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의 지원 사격은 천군만마나 다름 없다. 공화당은 법인세를 올리면 많은 기업들이 미국을 떠날 것이라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런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유력 기업들의 찬성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던 중이었다.
이번 발표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존 때리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나온 점도 의미심장하다. 2월엔 아마존에 노조 설립을 방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고, 인프라 패키지를 발표하는 자리에선 아마존이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안았다고 콕 집어 공격했다. 제이 카니 아마존 대변인은 “아마존의 연방소득세가 적은 이유는 연구개발(R&D) 공제 탓”이라며 편법이 아닌 정당한 절세라고 해명했다. 아마존이 세금 인상을 두둔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굴복을 의미한다는 정치적 해석이 불거질 만도 했다.
하지만 법인세를 더 많이 걷어도 아마존이 엄청난 손해를 감내한다고 보긴 어렵다. 카니 대변인의 설명처럼 아마존은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R&D에 투자한다. 미국은 기업 수입 중 R&D 투자 금액은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양당도 전폭 지지해 1981년 첫 시행 이후 해당 조치는 15회나 연장됐다. 공제가 유지되는 한 법인세율이 올라도 아마존의 세금 부담은 다른 기업만큼 크지 않을 거란 결론이 나온다.
외려 아마존에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거둬들인 추가 세금은 각종 인프라 개선에 투입된다. 그런데 아마존의 핵심 사업은 물류와 배송이다. 험하기로 악명 높은 미국의 도로사정이 나아지면 아마존의 배송은 더 쉽고 빨라질 수 있다.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멀리 내다 보면 얻는 것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