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권력의 보수 회귀… '2년 천하'로 끝난 진보

입력
2021.04.08 10:30
2018년 오거돈 시장 당선으로 진보진영 첫 집권 
기초단체·시의회까지 휩쓸며 정치지형 뒤바꿨지만
성추문에 보수 견제심리 작동하며 과거 회귀 양상

“부산이 다시 빨간색 세상으로 되돌아가려나 보네…”

7일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당선으로 귀결되자 부산시민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을 거론하며 이렇게 논평했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회를 석권하며 지방자치제 시행 이래 처음 진보 집권 시대를 맞았던 부산은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낙마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보수 진영 시장을 배출하며 재차 '보수 텃밭'으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진보와 보수 오간 부산 지방권력

부산은 박정희 장기집권 시대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 역할을 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호남과 더불어 전통 야당 도시로 꼽혔다. 그러나 1990년 2월 YS가 보수 진영과의 3당 합당을 통해 정권을 잡은 이후 보수세력 지지 기반으로 고착화된 상황이었다. 지방자치제 시행에 따라 1995년 처음 치러진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장과 의회 모두 보수 진영이 장악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6ㆍ13 지방선거는 부산 정치지형을 근본부터 흔드는 대사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시장(오거돈)은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 16곳 중 13곳의 단체장직을 석권한 것이다. 기존 맹주였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단체장을 겨우 2명 배출하며 참패했다.

부산시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하며 상전벽해가 이뤄졌다. 시의원의 보수·진보 비율은 종전 2 대 45에서 41 대 6으로 뒤바뀌었다. 보수진영 의원 수(6명)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정족수(5명)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선거 승리 직후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시장에 도전한 1995년 이후 23년 만에,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처음으로, 부산시민들께서 정권 교체를 만들어주셨다”고 감격해 했다.

2년 만에 무너진 부산 진보권력

하지만 부산 진보 진영의 위기는 금세 찾아왔다. 네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된 오거돈 전 시장은 2020년 4월 23일 “여성직원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4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불명예 퇴진이었다.

이 사건은 오 전 시장 사임 8일 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확인된 부산 유권자들의 '진보 견제 심리'를 강화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총선에서 여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호소에 호응한 유권자들의 적극적 지지로 전국적인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에서만큼은 의석 2곳(5→3석)을 미래통합당(13→15석)에 내주며 고전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시장직을 탈환하면서 보수 진영은 진보 쪽으로 한껏 기울었던 부산 지방권력의 무게중심을 상당 부분 회복하게 됐다. 민주당은 남은 의회 권력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 목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