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기, 위로를 건네는 영국 작가들의 전시가 국내에서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최종 후보로 선정됐던 인물들의 전시로, 두 작가 모두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다하지 않고 한국을 찾는 열정을 보였다.
2월 25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막을 연 설치 미술 작가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워크 라이프 이펙트’ 전시가 그중 하나다. 공간 자체가 뿜어내는 매력이 크다.
그중 네온 사인으로 만든 ‘행복 방정식’은 눈길을 오래 잡아 끌만하다. 작가는 2014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출판한 학술논문에서 제시한 행복을 계산하는 공식을 토대로 이를 만들었다. 행복 방정식을 안다고 행복해질 순 없지만,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한 발짝 행복에 다가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리암 길릭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산식이 있다고 이걸 통해 행복을 찾을 수도, 찾을 필요도 없다. 단지 설치 작품을 통해 다른 사유를 유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 전시장에선 하기 힘든 경험도 할 수 있다. 예컨대 가벽이 제거된 형태의 구조물 너머로 다채로운 색깔로 구성된 알루미늄 설치 작품이 보이는데, 구조물을 넘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건 관람객의 몫이다. 천장에 달린 스노 머신이 검은색 가루를 흩뿌리는 가운데, 다가가면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도 감상할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아시아권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리암 길릭의 대규모 개인전”이라며 “지난 30년간 그가 발전시켜온 주요 주제들을 한데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다.
또 다른 영국 작가 마이클 딘(Michael Dean)이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선보였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소재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삭제의 정원’이란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콘크리트 덩어리들 등이 널브러진 바닥을 마주하게 되는 초입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이내 적응하게 된다. 2층에서 바라본 그의 조각은 ‘HAPPY’, ‘BROKE’ 등과 같은 단어를 구성하며 그 의미를 곱씹게 한다.
조각이 주를 이루지만, 2층에선 작가가 직접 캔버스에 입맞춤해 완성시킨 드로잉 작품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자가격리 기간 중 친밀감을 나누고픈 생각에 키스 자국으로 모래시계 형상을 담은 연작을 탄생시켰다. 올리브유와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키스 마크를 찍고, 그 위에 시멘트 가루를 뿌렸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