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기 SG배 명인전] 흑, 기회를 놓치다

입력
2021.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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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변상일9단 백 신진서9단 본선 16강<2>



변상일 9단은 지난 43기 명인전에서 8강까지 진출한바 있다. 당시엔 촉망받는 유망주였다면 이제는 랭킹3위의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이 되었다. 변상일 9단은 엄청난 노력파로 유명하다.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이 끝난 뒤에도 집에서 밤늦게까지 온라인 대국에 몰입한다. 이런 꾸준함 덕분인지 국제대회에서도 점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진서 9단의 선택은 백1의 대세점. 상변 백 세력과 우변 흑 진영의 폭을 좌우하는 자리다. 변상일 9단은 흑4, 6으로 담담하게 큰 자리를 두어간다. 백7, 9, 11은 좋은 수순. 좌상귀 흑의 약점 때문에 흑은 흑12로 받는 수가 유일하다. 백이 백13으로 막아가자 백17까지는 예정된 수순. 변상일 9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흑18로 끊어간다. 백23은 양쪽 약점을 동시에 노리는 급소 자리. 이때 놓인 흑28이 기회를 놓친 아쉬운 수. 이 수로는 3도 흑1로 끊은 후 흑3으로 미는 수가 강력했다. 백4로 받는 것은 흑5를 선수 교환한 뒤 흑7에 끊게 되면 수상전으로 백이 잡히고 만다. 백은 4도 백4가 최선의 대응. 흑은 흑5, 7의 선수 활용이 집으로 굉장히 큰 이득이라 기분 좋은 장면이다. 이후 흑9, 11의 사석작전을 펼치면 흑이 부분적으로 득점에 성공하는 진행이었다. 실전은 흑 중앙이 두터워지긴 했지만 백33까지 백의 하변 실리가 돋보이는 진행이다.

정두호 프로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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