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 부쩍 늘어난 아베... 차기 총리후보 막후 영향력 행사?

입력
2021.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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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공개 활동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총리직을 내려놓고 연말께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관련 검찰 수사를 받으며 대외 활동을 자제한 지 3개월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기지개를 펴는 데 대해 정치권에선 차기 총리를 세우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한 1년을 계기로 5일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아베 전 총리는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사태에 대해 “헌법에 적어야 한다”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강연을 통해 외부 활동을 본격화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안보를 위한 개헌을 강조했다. 29일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만나 약 45분간 회담했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7년 8개월을 재임한 전직 총리가 조언해 주는 식이었지만 아베의 존재감은 크게 부각됐다.

지난해 말 그에게 타격을 입힌 ‘벚꽃 모임’ 스캔들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며 부담을 털어버린 모습이다. 애초 ‘벚꽃 모임’은 일본 총리가 각계 인사를 초청해 도쿄에서 개최하는 벚꽃놀이 행사인데, 아베 전 총리 측은 해마다 본행사 전날 자신의 지역구에서 수백명을 고급 호텔로 초청해 전야제를 열었다.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를 지역구 관리를 위해 사유화했다는 비판과 전야제 참가자로부터 적은 회비만 받고 차액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2019년부터 제기됐다. 아베 전 총리는 국회에서 “우리 사무소는 관여하지 않았다” “차액은 보전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사무소가 관여한 정황이 지난 연말 드러났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아베 전 총리는 활동을 멈추고 두문불출했지만, 지난달 30일 검찰이 아베 전 총리 등 관련자 4명을 “증거 불충분” 등으로 전원 불기소 처분하며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 속한 아베 전 총리가 활동을 재개하자 차기 총리 결정과 관련해 이목이 쏠린다. 한 주간지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아베 전 총리에게 '호소다파의 회장에 취임하라'고 강력히 권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아소파와 호소다파가 뭉치면 9월 총재선거에서 ‘킹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아베 전 총리가 최근 스가 총리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사실은 ‘도쿄올림픽까지’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5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 따르면 스가 총리의 연임에 일본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얼마나 오래 총리를 해줬으면 하는가’라는 질문에 47%가 ‘9월 임기까지’를 택한 것이다. ‘1, 2년 정도’(23%)와 ‘가능한 한 길게’(14%)는 합쳐서 37%였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스가 총리이지만,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아 당내 기반이 없는 만큼 아베 전 총리가 다른 사람을 지원한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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