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들과 함께 캐러밴(중남미 이주민 행렬)에 합류해 미국으로 갈 거야. 국경을 넘기가 더 쉬워졌다더군.” “그건 안 될 말이야. 뉴스 못 봤는가? 폭행, 납치가 빈번하고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위험도 더 크다고. 잘못된 정보 때문에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게.”
최근 중남미 국가들에서 송출되고 있는 ‘라디오 광고’의 한 대목이다. 미국 밀입국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일인지 경고하는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하다. 이 광고는 끝없이 밀려드는 중남미 이민 행렬을 막으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기획한 여러 캠페인 중 하나다. 올해 1월부터 브라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에서 133개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청취자 700만명에게 2만8,000회가 방송됐다. 광고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뿐 아니라 6개 원주민 언어로도 녹음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적극 동원된다. 주과테말라 미대사관은 1일 트위터에 캠페인 영상을 올렸다. 닷새 넘도록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국경을 향해 걸은 이민자가 “당신도 같은 길을 걸으면 고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언론브리핑에서 “중남미 이민자들이 밀입국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할 만큼 최근 미국의 불법 이민 문제는 심각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자 포용’ 정책을 표방하면서 미-멕시코 국경 임시 보호시설은 이민자들로 이미 포화 상태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구금된 이민자 수는 17만1,700명으로 전월보다 무려 70% 급증했다. 2006년 이후 최다 규모다. 알폰소 퀴뇨네스 주미 과테말라 대사는 “코로나19 사태에 지난해 두 차례 남미를 강타한 허리케인까지 겹쳐 이민 행렬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 당국은 미성년자 밀입국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에만 부모 없이 홀로 국경을 넘은 어린 이민자가 1만8,700명에 달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CBP는 미성년 밀입국의 위험성을 알리는 SNS 홍보물도 제작했다. 약 5m 높이 멕시코 국경 장벽 위에서 브로커가 세 살, 다섯 살 아이를 장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담겨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 아이들은 다행히 당국자들에게 무사하게 구조됐지만, 물에 빠져 죽거나 심지어 브로커가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강물에 던져버리는 등 비극적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 성명에서 “아이들이 브로커 손에 맡겨지면 착취당하고 피해를 입을 위험이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남미 국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민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불법 이민 문제를 전담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민자들이 주로 통과하는 북삼각지대(과테말라ㆍ온두라스ㆍ엘살바도르)에 인도적 지원을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무부도 5~8일 북삼각지대에 특사를 파견해 밀입국 공동 대응책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