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입원했던 일본의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池江璃花子·20)가 투병한 지 2년 만에 재기에 성공,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한때 몸무게가 15㎏이나 줄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견디고 이뤄낸 승리에 일본 열도가 감동했다.
이케에는 4일 도쿄올림픽 수영 경기장인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일본수영선수권 여자 100m 접영 결승에서 57초77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일본수영연맹이 정하는 이 종목의 올림픽 출전 표준 기록(57초10)에 미치지 못했지만 400m 혼계영 선발 기준(57초92)을 넘어 올림픽에 릴레이 멤버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케에는 골인 후 기록을 확인한 뒤 여러 차례 승리 포즈를 취했다. 그 후에도 한동안 풀에서 나오지 않고 어깨를 떨었다.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었다"며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힘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에서 몇 번이나 눈물을 훔친 이케에는 "괴롭고 힘들어도 노력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케에는 중학교 3학년 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등 주니어 때부터 주목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6세 때는 리우올림픽 7개 종목에 출전해 100m 접영에서 5위를 기록했다. 2018년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6관왕을 달성하고 MVP까지 거머쥐면서 국가적 스타로 떠올랐으나, 이듬해인 2019년 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10개월 동안 입원, 골수이식을 받았다. 퇴원 후에도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6주에 한 번씩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때 체중이 최대 15㎏이나 빠지기도 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왔다.
그는 지난해 3월 수영장에 돌아왔지만 5월에야 본격적인 연습을 재개하며 ‘제2의 수영 인생’을 시작했다. 8월 첫 복귀전을 치른 후 대회마다 조금씩 기록을 단축해 왔다. 애초 도쿄올림픽을 건너뛰고 2024년 파리올림픽을 노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케에의 '기적과 같은' 빠른 회복과 도쿄올림픽 출전 소식에 일본 국민과 언론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국립암연구센터 중앙병원의 후쿠다 다카히로 과장은 "퇴원 후 1년여 만에 높은 순위에 오를 정도로 회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놀라며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