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LH 의혹에 휘청… 공기업 올해 확정된 채용인원 40%↓

입력
2021.04.04 18:10
1면
"9개 공기업 채용계획 확정되면 더 늘 것"

코로나19 여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투기 파문까지 겹치면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채용 계획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전체 공기업의 4분의 1이 아직 채용절차를 확정짓지 못해, 현재까지 확정된 올해 공기업 채용규모는 작년의 60%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계획을 확정한 27개 공기업의 채용 규모는 5,089명(정규직 5,019명, 무기계약직 70명)이다. 이는 지난해 36개 공기업이 채용한 8,350명(정규직 7,683명, 무기계약직 712명)보다 39.1%(3,261명)나 적은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공기업을 포함한 350개 공공기관에서 2만6,50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공기업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크게 모자란 것은, 1분기가 지나도록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공기업이 전체의 4분의 1인 9개나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큰 한국마사회나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실적 부진으로 채용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마사회는 이미 주 1회 무급휴업을 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선 상태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카지노 영업을 하는 GKL도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 여건이 악화한 한국석유공사도 마찬가지로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매년 대규모 채용을 해 온 LH는 원래 3~4월 사이 채용공고를 낼 계획이었지만 땅 투기 의혹으로 채용 절차를 미룬 상태다. LH는 올해 1월 채용 사전안내 공고를 통해 총 1,210명(채용형 인턴 350명, 청년인턴 700명, 무기계약직 160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만간 정부 차원의 LH 혁신방안을 발표되면 당초 계획했던 채용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9개 공기업의 채용 계획이 확정되면 공기업 채용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공공기관 전체적으로는 예년보다 높은 채용 계획을 세운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