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꽃게철 되자 중국어선 범람… 해경 "내쫓는 대신 붙잡아 벌 준다"

입력
2021.04.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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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꽃게 성어기에 중국 내 단속 강화 영향
작년 하루 10~20척이던 불법조업선, 100여 척으로
코로나 방역 염두 둔 퇴거 대신 나포 중심 단속 전환

살이 오르고 알이 꽉 찬 우리나라 서해의 봄철 꽃게를 두고 해양경찰과 중국 불법조업 어선의 '전쟁'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위험을 감안해 중국 어선을 우리 해역에서 몰아내는 데 치중했던 해경은 불법 조업이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승을 부리자 다시 나포 위주로 단속에 나섰다.

4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에 따르면 인천 연평어장의 봄꽃게 어기(4월 1일~6월 30일)가 시작된 이달 들어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 중국 어선이 하루 150척 넘게 출몰하고 있다. 이들 어선의 70~80%는 인천 지역 꽃게 어획량의 25%를 차지하는 연평어장에 몰려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만 해도 하루 평균 20척 수준에 불과했던 중국 불법조업선은 본격적인 꽃게 성어기(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하루 100여 척으로 불어났다. 2019년 3월 하루 30~40척, 지난해 3월 하루 10~20척이 출몰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해경은 중국이 자국 내 무등록(무허가) 어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데 따른 '풍선효과'로 중국 불법조업선이 급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 해경에 해당하는 해경국의 권한과 역할을 대폭 강화한 해경법을 지난 2월부터 시행하면서 무등록 어선 단속을 강화하자 이를 피해 중국 어선들이 대거 우리 해역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해경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단속 방식으로의 전환도 불법 중국 어선이 늘어나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경은 불법조업선을 우리 해역에서 내쫓는 퇴거 방식 대신 예전처럼 나포에 중점을 둔 단속 작전을 펴고 있다. 퇴거와 달리 나포는 구속 수사나 거액의 벌금 및 담보금 등 강한 처벌이 뒤따른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되지 않도록 나포된 선박의 승선자 전원에 대한 검체검사와 선박 방역, 별도 조사공간 마련 등 방역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실제 해경은 지난달 18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동쪽 13㎞ 해상에서 서해 NLL을 6㎞가량 침범해 불법 조업한 혐의(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로 30톤짜리 중국 어선 1척을 해군과 함께 나포했다. 지난달부터는 중형특수기동정 등 경비함정 6척을 서해 5도 해역에 상시 배치했고 향후 서해 NLL 해역에 대한 경비함정 추가 배치도 검토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지난달 나포한 중국어선의 선장 진술에 따르면 중국 해역과 비교해 우리 해역에서 꽃게 등이 더 잘 잡히고 이런 정보가 중국 어선들끼리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적극적인 불법 조업 단속을 통해 우리 해역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우리 어선의 안전 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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