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의 B6 파워트레인을 맛보다 – XC90 B6 그리고 S90 B6 시승기

입력
2021.04.02 13:30

볼보자동차는 최근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며 미래 자동차 시장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형태의 파워트레인 구성에 있어 디젤 모델을 삭제하고, 가솔린 모델 역시 48V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는 기존의 T6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B6 파워트레인에 이르게 되었다.

과연 볼보자동차가 브랜드의 플래그십 클러스터인 ‘90 클러스터’에 적용한 B6 파워트레인은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T6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존재

볼보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B6 파워트레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브랜드를 대표하는 90 클러스터에 적용되었다.

기존의 320마력 2.0L 가솔린 터보 사양인 T6 엔진 대신 300마력과 42.8kg.m의 토크를 내는 2.0L 가솔린 엔진과 10kW 및 4.1kg.m의 토크를 낼 수 있는 48볼트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합을 이뤘다.

여기에 8단 기어트로닉, 그리고 AWD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져 견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운동 성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XC90 B6이 9.2km/L, S90 B6이 10.3km/L로 한층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더욱 매끄럽게, 그리고 볼보답게 달리는 XC90 B6 인스크립션

B6 파워트레인 시승에 있어 먼저 시승하게 된 차량은 바로 90 클러스터의 시작과 새로운 브랜드의 움직임을 알렸던 X90이었다.

시승 차량으로 준비된 XC90 B6 인스크립션은 4,950mm의 전장과 각각 1,960mm 및 1,770mm의 전폭과 전고, 그리고 2,984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대형 SUV의 가치를 선사하는 차량이다.

물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의 XC90 B6 인스크립션은 외형과 실내 공간, 그리고 기본적인 구성은 모두 기존의 XC90이 가진 것을 그대로 이어 받았으며, 그저 파워트레인 부분만 새로 구성된 만큼 차량 자체는 무척 익숙하게 느껴졌다.

본격적인 주행 시작과 함께 드러나는 매력은 바로 B6 엔진의 정숙성에 있다. 사실 T6 사양의 경우, 가솔린 엔진이었지만 그 진동과 소음이 상당했다. 그런 기억과 비교하자면 B6 엔진을 품은 XC90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엔진 자체의 출력은 기존 T6 엔진보다 낮아졌으나 토크가 향상되었고 언제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전기 모터의 조합 덕분에 2,160kg의 공차중량에도 만족스러운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단순한 ‘가속 성능’ 외에도 체감되는 가속의 ‘부드러움’ 역시 한층 발전되어 B6 엔진의 가치와 그 완성도에 대해 더욱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시승은 코로나 19 등의 문제로 많은 사람이 함께 타지는 못했으나 워낙 만족스러운 성능, 그리고 한층 부드러운 출력 전개를 바탕으로 2열 및 3열까지 모든 탑승자가 타더라도 ‘큰 불편’ 없이 주행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차량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의 성격은 B6 엔진이 기존의 T6 엔진에 비해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과 달리 ‘전통적인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90 클러스터, 그리고 그 중에서도 XC90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과거의 볼보가 미래로 나아가며 거친 과도기에 처음 등장한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의 성격 역시 전통적인 볼보의 체취, 감성이 진하게 남아 있다.

실제 주행 상황에서 볼보 XC90 B6 인스크립션은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연출된 실내 공간이나 인체공학적으로 다듬어진 시트, 그리고 다양한 기능을 바탕으로 ‘그 어떤 플래그십 SUV’ 이상의 여유를 제시할 것 같았지만 제법 견고하고 단단하게 조율된 모습니다.

이러한 성격은 볼보의 터전, 북유럽의 자연 및 주행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언제든 험로를 마주할 수 있는 환경 속을 달리는 차량답게 고급스럽고 넉넉한 차량이라도 언제든 차량의 주행 상황 및 타이어의 접지력 확보 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노면 변화나 요철, 과속 방지턱 위를 지날 때에는 운전자 및 탑승자에게 현재 차량이 어떤 노면 환경을 지나고 있는지 보다 명확히 전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셋업이 ‘고급스러운 소재’와 요소로 구성된 만큼 피로감으로 전해지지 않아 약간의 적응 시간을 거친 후에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한편 XC90 B6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풍부한 상품 구성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림 구성에서 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 사양인 만큼 실내 공간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연출 그 이상의 가치를 제시하는 풍부한 안전 및 편의사양이 마련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기능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겪을 일이 없으며, 이러한 구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1억원 이하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 길게, 그리고 더욱 세련되게 달리는 S90 B6 인스크립션

볼보 XC90 B6 인스크립션과의 주행을 마치고 난 후에는 더욱 긴 전장과 휠베이스로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제시하는 S90 B6 인스크립션 사양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미 S90 B5를 시승했던 경험이 있었을 뿐 아니라 바로 직전 XC90 B6 인스크립션을 시승했던 만큼 ‘플래그십 세단’의 주행 경험이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부분 변경을 통해 5,090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3,060mm의 긴 휠베이스를 얻은 S90은 데뷔 초기 체급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기존 S90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실적도 우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우수한 ‘성능’의 매력을 더하는 B6 파워트레인은 더욱 반가운 지원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량의 전방은 앞서 시승했던 XC90보다 더욱 길고, 휠베이스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만 차량의 공차 중량이 1,950kg으로 제법 가벼운 만큼 더욱 우수한 가속 성능과 ‘출력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덕분에 주행을 하는 내내 볼보 S90 B6 인스크립션은 성능의 아쉬움, 그리고 ‘고속 주행의 갈증’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앞서 볼보 XC90 B6 인스크립션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더욱 우수한 정숙성을 바탕으로 아이들링 상황은 물론 저속의 도심, 및 주택가 인근의 주행에서 더욱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볼보 플래그십 세단’이 완벽한 완성을 이뤄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았다.

8단 기어트로닉, 그리고 AWD 시스템 역시 여전히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전의 다른 볼보의 차량에서 그런 것처럼 기어 시프트 레버를 당기고, 그리고 좌우로 밀고 당기며 수동 변속을 하는 건 ‘최적의 방식’이라기 보다는 ‘임시방편’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볼보 S90 B6 인스크립션은 SUV로서 전통적인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XC90 B6 인스크립션에 비해 더욱 안락하고 세련된 주행 질감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실제 주행을 하는 과정에서 불규칙한, 그리고 순간적으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여러 환경을 맞이하면서도 볼보 S90 B6 인스크립션은 더욱 쾌적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해 이목을 끌었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운전자의 손 끝에는 노면의 질감이 제법 명료하게 전달되어 ‘앞으로의 주행’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변화를 통해 볼보 S90에 부여된 핵심적인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2열 탑승자에 대한 여유, 그리고 VIP 의전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실제 2열 공간에서는 손쉽게 여유로운 착좌감을 찾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소재와 따뜻한 느낌을 제공하는 각종 요소들을 마주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았다.

특히 마사지 시트, 그리고 좌석에 앉아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승차감 부분에서도 충분히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평안함을 전해 주행 내내 높은 만족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의 시승에 있어 전반적으로 차량의 움직임, 특히 엔진의 차이에 집중했지만 그 와중에도 볼보 플래그십 사양에 적용된 B&W 사운드 시스템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이미 데뷔 초기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사운드 시스템이나 마이너 체인지 과정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음장 셋업인 ‘재즈 클럽’을 부여 받아 더욱 트렌디하면서도 고유의 풍부한 사운드를 주행 내내 누릴 수 있었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엔진의 차이’

이번의 볼보 XC90 B6 인스크립션와 S90 B6 인스크립션의 시승은 그저 ‘새로운 엔진’의 질감을 파악하는 시간에 그치지 않고, 엔진 변화가 차량이 가진 매력에 얼마나 큰 변화, 차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체험할 수 있던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최근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볼보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고, 앞으로의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큰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새롭게 부여된 B6 파워트레인, 분명 매력적이고 ‘당연한 선택’이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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