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신약과 백신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산업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생산 및 개발 성과를 낸 경북 안동의 성공사례가 더해지며 지차제들이 관련 산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 송도, 청주 오송에 이어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경쟁력 갖춘 글로벌 바이오시티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1일 각 지자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바이오시티'는 안동시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안동시의 공조체제가 빛을 내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은 앞서 2011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기업인 SK케미칼이 안동시와 1,2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안동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6만3,000㎡ 규모의 국내 최대 백신공장을 준공했고, 각종 치료제 개발은 물론 코로나19 백신을 위탁하는 성과를 냈다.
경북도청을 품은 안동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6년 국제백신연구소 분원을 유치한 데 이어, 2019년 풍산읍 매곡리(49만6,000㎡)에 경북바이오 2차 일반산업단지를 착공했다. 지난해 말엔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건립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백신 연구개발(R&D) 환경을 만들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입주로 바이오시티로 거듭난 인천 송도와 같은 또 다른 바이오산업 거점 도시 탄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강원도와 홍천군이 최근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등이 침투했을 때 영향을 중화시켜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말한다.
첫 단계로 강원도는 홍천군 북방면에 항체은행을 만들기로 했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대규모 투자계획이다. 이 사업엔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와 스크립스코리아 항체연구원이 참여한다. 지난달 29일엔 최문순 강원지사와 허필홍 홍천군수가 경기 용인시에 자리한 녹십자 본사를 찾아 항체은행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나 셀트리온 같은 중심기업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최 지사는 "항체은행에 국내 우수기업, 연구기관을 유치해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강원도는 또 치료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해 570억 원을 들여 홍천과 춘천의 기업이 교류하는 '바이오산업 인터체인지' 구상도 밝힌 상황이다. 박진서 한림대 바이오메디칼 학과 교수는 "중화항체 치료제를 포함한 신약 개발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지자체, 기업이 실증단계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원과 연구를 이어가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산업의 가치가 치솟으면서 중소벤처기업부 공모 사업인 'K-바이오 랩센트럴(LabCentral)' 유치를 놓고 전국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도 예고됐다. 이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전문 시설을 짓는 것이다. 관련 예산이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고가의 연구장비와 다양한 실험시설, 대규모 투자, 글로벌 제약사와의 네트워크 등을 지원한다”며 “이를 통해 고속 성장이 가능한 만큼, 방사광가속기 선정 때처럼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